회사원 민경우씨(43)는 요즘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다.


'중국쇼크, 오일쇼크, 미국쇼크'란 말이 신문을 장식하더니만, 잘 나가던 증시가 썰렁해지고 있어서다.


만약 1년전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민씨도 꼼짝없이 '쇼크의 나락'에 빠졌을 터였다.


민씨는 1년 전만 해도 월급쟁이로서는 상당한 돈을 주식에 굴렸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가 주식을 샀다 하면 주가는 빠졌다.


반대로 팔았다 하면 튀어 올랐다.


작년 이라크전쟁이 터지고 주가가 흘러 내리자 민씨는 드디어 '증시 탈출'을 감행했다.


그러던중 은행원인 오랜 친구를 만났다.


고민을 전해들은 친구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라고 권했다.


"주식투자를 제법 한 녀석이 '주식으로 저축하라'는 말도 모르냐"는 면박과 함께였다.


그래서 "이제 증권사라면 쳐다보기도 싫다"고 했더니 이런 말이 돌아왔다.


"은행에서도 판다"



⊙ 금융 백화점으로 변신중인 은행


은행원들은 최근 고객들에게 예금 가입을 권하기가 께름칙하다.


은행권의 평균 예금금리는 연 3.9%.


사상 처음 3%대로 떨어졌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국민은행을 선두로 속속 연 3%대로 추락할 조짐이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


대안으로 찾은 것이 각종 간접투자상품 판매다.


은행 자체상품인 주가지수 연동 정기예금을 한동안 잘 팔았다.


그러나 주가가 휘청거리자 투신사나 자산운용사의 각종 펀드를 판매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펀드를 대신 팔면 은행으로선 여러가지로 유리하다.


당장 0.7% 안팎의 판매수수료가 떨어진다.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펀드 종류도 다양하다.


적금을 원하는 고객에겐 적립식펀드를 권한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α'를 바라는 고객에겐 주가지수연동상품이 제격이다.


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해외뮤추얼펀드도 구비돼 있다.


이런 추세는 올들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4월 말 현재 국민 우리 하나 신한 조흥 외환 등 6개 시중은행이 판매한 제2금융권 펀드(주가지수연동예금 제외) 잔액은 18조2백80억원에 달한다.


작년 말(11조5천7백10억원)에 비해 6조4천5백70억원이나 늘었다.


이는 현대 삼성 LG 굿모닝신한 한투 대투 등 8개 대형 증권사가 올들어 판매한 펀드 잔액 6조2천7백23억원보다 오히려 많은 수준이다.


이제 은행들은 증권사를 제치고 다양한 간접투자펀드를 판매하는 제1의 판매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 입맛대로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된 고객


그동안 은행의 대표적인 상품은 적금과 예금이었다.


간접적으로나마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려면 신탁상품을 골랐다.


그러나 은행들이 보험과 펀드를 팔기 시작하면서 자기의 성향과 목적에 맞는 상품을 언제든지 골라 잡을 수 있게 됐다.


확정금리 대신 실적배당형 상품을 원하는 사람도 은행에서 그에 걸맞은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수시로 입출금할 수 있는 요구불예금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은 투신사의 MMF(머니마켓펀드)다.


단기에 거액을 굴리는 사람은 한번 고려할 만하다.


적금 금리가 양에 차지 않는 사람은 적립식 펀드를 선택할 수 있다.


적립식 펀드는 은행 적금과 같다.


차이점은 불입액의 9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한다는 점.


3년 이상 장기라는 점도 다르다.


물론 주식형펀드의 속성상 원금을 손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3년 이상 중장기로 주식에 간접적으로나마 투자해 볼 사람이라면 적금 대신 적립식 펀드도 한번 생각해볼 만하다.


정기예금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주가지수연동형 정기예금이다.


또 해외 주식에 투자해 볼 사람은 해외뮤추얼펀드를 고를 수 있다.


노후생활자금을 마련할 요량이라면 연금신탁 가입을 생각해 볼 만하다.



⊙ 펀드와 비슷한 보험상품도 있다


보험사에도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해 실적을 돌려주는 보험이 있다.


바로 변액보험이다.


변액보험이란 고객이 낸 보험료로 보험사가 펀드를 만들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운용실적에 따라 보험금을 더 얹어주는 상품이다.


가장 큰 특징은 나중에 받는 보험금이 가입할 때 미리 정해지는 정액보험과 달리 보험료를 굴려 얻는 수익에 따라 보험금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높은 수익을 올리면 보험금이 많아지니까 미래에 돈가치가 떨어지는 현상을 예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투자실적에 따라 받는 보험금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투신사 펀드와 비슷하다.


투신사 펀드는 원금을 모두 까먹을 수 있지만 변액보험은 최저 금액(주계약 납입보험료)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도 마련돼 있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