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크라이슬러가 보유중인 현대자동차 지분 10.50%를 매각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양사는 지난 2000년 맺은 포괄적 전략제휴 관계를 청산하게 됐다. 자본 제휴관계가 해소된 만큼 현대차는 세계 무대에서 독자 행보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물론 양사는 이미 진행 중인 일부 분야에서는 당분간 협력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다임러가 현대의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자동차와 별도의 합작사업을 벌이기로 하면서 이미 양사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근본적인 관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다임러 중국 진출이 결별 단초 양사는 모두 결별 이유를 변화된 자동차 시장 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유연하고 신축적인 선택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재정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결별 배경은 양사가 신의를 잃은 결과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다임러는 지난해부터 아시아 시장 공략의 중심을 중국으로 옮겼다. 다임러는 이에 따라 작년 9월 중국내 현대차의 파트너인 베이징기차와 합작 사업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베이징기차가 지난 2002년 현대차와 합작계약을 맺으면서 법인 출범 후 다른 회사와는 30년간 합작관계를 맺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긴 것이었다. 다임러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현대차에 이렇다 할 양해조차 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간 불협화음은 결국 결별 협상으로 이어졌고 다임러는 미쓰비시 추가 지원포기와 함께 현대차 지분을 매각하게 됐다. ◆공동사업 전면 재조정 포괄적 제휴관계가 해소된 만큼 양측은 철저히 이해득실을 따져 추진사업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현대차는 다임러가 보유 중인 상용차엔진합작공장인 다임러현대상용차에 대한 지분 50%를 인수하게 된다. 또 상용차 합작법인 추진 및 이와 관련한 라이선스 협정은 철회키로 했다. 반면 현대차-다임러-미쓰비시 간 월드엔진 프로젝트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현대차가 개발한 4기통 승용차 엔진 기술은 당초 계획대로 다임러와 미쓰비시에 로열티를 받고 제공하게 된다. ◆별도의 제휴 잇따를 듯 현대차는 다임러와의 결별로 세계 시장에서 독자 행보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현대는 다임러와 합작하면서 많은 기술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다임러가 확보한 지분 10.50%와 언제든지 추가로 5%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옵션 때문에 경영권 불안에 시달려 왔다. 따라서 현대차는 다임러와의 결별로 기업인수합병(M&A)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김 부회장은 다임러와의 결별을 발표하면서 "세계 시장에는 영원한 적도,영원한 친구도 없다"고 말해 사안별로 경쟁 업체들과 제휴를 맺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상용차 사업은 물론 승용차 부문의 미래 신기술 개발을 위해 적과도 언제든 '동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