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버티기에도 한계"..'노동조건 후퇴없는 주5일'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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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단협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이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쇼크,고유가,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내수 부진 등 국내외 경제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가 과도한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7월부터 주40시간 근무제 실시가 의무화되는 종업원 1천명 이상 대규모 사업장의 노조가 근로조건 후퇴없는 주5일제 실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기업들은 자칫 20%가 넘는 임금 인상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같은 인건비 부담증가율은 노조설립이 봇물을 이뤘던 1989년의 임금인상률 21.2%(노동부 통계)에 맞먹는 수치다.
◆주5일제만으로도 10% 인상
업계는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제'를 실시할 경우 10% 수준의 임금인상 효과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근로시간이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되더라도 공장은 과거와 같이 가동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초과 근로시간에 대해 1.5배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그러나 여기에 더해 올 임금협상에서 큰 폭의 인상률을 '쟁취'해낸다는 방침이다.
이미 민주노총이 10.5%,한국노총이 10.7%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단위 노조도 이에 다를 바 없는 인상률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제를 실시한 현대자동차의 경우 7.5%의 인건비 부담요인이 발생했으며 올해 노조측이 10.5%의 임금인상을 요구해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6.1% 임금인상에 합의한 LG전자도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제를 도입할 경우 7.2%의 추가적인 임금 인상 부담을 떠안아야 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전체 직원 2만5천명 가운데 생산라인 근로자 9천5백여명이 주5일제 대상에 해당되며 이들의 평균 연봉이 3천1백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1인당 평균 인건비가 연간 2백10만원 정도 올라간다는 분석이다.
회사 전체로는 연 2백억원 이상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대중공업도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제를 실시하면 7.13%의 임금부담이 늘어나 4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 상황에서 노조는 11일 통상급 대비 6.02%의 임금인상을 추가로 요구하고 나섰다.
◆2중의 임금 인상 효과
노동계는 사실상 '2중의 임금인상 효과'를 거둘 기회라며 올해 임금협상에서 임금 인상률을 10% 이상으로 잡고 이를 따내기 위해 회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추가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비정규직 처우개선과 사회공헌 등이 그것이다.
완성차 업체의 노조는 10.5% 이상의 임금인상과 함께 경상이익의 5%를 산업발전 및 사회공헌기금을 출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위 노조별 요구사항도 다양하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기본시급 4백45원(15.5%) 인상과 성과급 3백%,상여금 8백% 지급 등을 임단협에서 별도로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중공업도 임금인상 외에 회사 이익금의 3분의 1 수준의 성과급 지급,사내 하청 근로자 처우개선,종업원 자녀의 우선 채용과 정년 연장,조합원 교육시간 확대,자녀 등록금 지급 확대 등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정태웅·이심기·오상헌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