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오히려 손절매를 걱정해야할 상황이어서 매수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투신사 펀드매니저)" "최근 며칠째 기술적 반등을 겨냥해 저가 매수에 나섰던 개인투자자들도 "일단 팔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하다(증권사 지점장)" 종합주가지수가 한 때 67포인트(7.9%) 폭락한 10일 국내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은 완전히 손을 놓아 버렸다. 개인투자자 김모씨(40세)는 "유가상승,중국긴축,미국의 조기 금리인상설 등의 악재보다 앞뒤 가리지 않고 "팔자"에 나서는 국내 투자자들이 더 야속하다"고 원망했다.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는 "이날 주가급락은 외국인 순매도 금액이 3백20억원대로 크게 줄어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심리적 공황에 빠진 국내투자자들의 투매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손절매에 시달리는 국내 기관 종합주가지수가 단시일(10일)내 고점에서 15.5% 급락했지만 투신 은행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저가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 탓이다. 무엇보다 손절매(로스컷:loss cut) 물량이 기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손절매는 주가가 매입 단가에서 20∼30% 하락할 경우 추가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보유주식을 처분하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다. 하락장에서는 가장 큰 악성매물이다. 연기금 자금을 위탁운용하는 한 자산운용회사 펀드매니저는 "대형주들이 고점대비 30% 가량 폭락하면서 이제 손절매 가격대에 와 있다"면서 "다른 자산운용회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춘수 대한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증시가 '셀링 클라이막스(매도 정점)'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기관의 손절매 물량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쉽게 저가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기관이 저가매수에 나서지 못하는 가장 큰 배경은 증시의 추세전환에 대한 공포감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는 정부의 반(反)기업 정책 등도 보이지 않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 사장은 "기술적으로는 주가반등 국면에 와 있지만 수급구조가 완전히 무너져 있어 장세전망을 섣불리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심리적 공황에 빠진 개인투자자 배한규 LG투자증권 방배동 지점장은 "이날 오후 들어 주가 낙폭이 깊어지자 객장에 상주하는 VIP 고객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고 전했다. 배 지점장은 "미리 주식을 팔아놓은 고객들도 프로그램매물이 나올 수 있는 옵션만기일(13일) 이후로 매수시기를 늦추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송봉현 동원증권 양재지점장은 "최근 며칠동안 기술적 반등을 겨냥해 저가매수했던 개인이 많았지만 주가가 추가로 급락하자 개인들은 '일단 팔고 보자'는 심리적 공황에 휩싸여 있다"고 설명했다. 송 지점장은 "120일 이동평균선이 완전히 무너지자 상승장이 끝난 것 아니냐는 불안감마저 팽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