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추락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高)유가와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미국 금리 인상 임박 등 외부 불안 요인들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주가 폭락과 부동산 거품 붕괴,정부 여당의 이념 논쟁까지 겹치면서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는 더블딥(double dipㆍ일시 회복 뒤 재하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국내 경제 여건이 1990년대 초 복합 불황에 빠졌던 일본과 다르기 때문에 경기가 급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다수 전문가들은 제2의 경제 위기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특히 총선 후 반기업 정서가 더욱 높아지고 기업가와 부자들에 대한 일부의 적대감까지 표출되는 등 사회 전체가 총체적인 혼란으로까지 빠져들 개연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더블딥 가능성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이상 상승세를 보여왔던 실물경기가 외부 여건의 급속한 악화로 급락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범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중국발 쇼크나 유가 급등 등으로 수출이 둔화될 수 있다"며 "내수시장이 회복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위축되면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내수소비 더욱 급랭할 듯 투기지역 지정과 주택거래신고제 등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들이 시장에 먹혀들면서 서울 강남 등에서 아파트 가격 하락과 함께 거래가 실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가계대출 잔액은 4백21조원으로 이 중 60%(2백50여조원) 정도가 주택담보대출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거나 대출금리가 올라가면 민간 소비가 급랭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주식시장마저 폭락해 소비심리는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치 폭락으로 지난 10여년 동안 장기 불황에 빠졌던 '일본형 복합불황'이 한국에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다. ◆ 소모적인 분배 논란 그러나 정부와 집권 여당은 이같은 위기 요인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성장-분배 논쟁' 등 소모적인 싸움으로 일관, 기업과 개인들의 의욕을 오히려 위축시키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정부 및 여당 내에 성장 쪽으로 가자는 주장과 분배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혼재돼 국민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총선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경기와 투자 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는데, 총선 이후 불확실성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 기업하려는 의지 상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기업가들의 기업하려는 의지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신규 투자는 사실상 끊겼고 중국으로의 탈출 등으로 제조업이 빠르게 공동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제계는 기업가들을 격려하는 방향으로 사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중대한 위기 국면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