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의 최고경영자(CEO)로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까지 총괄하는 민계식 부회장이 공격 경영을 통해 2010년까지 세계 5대 중공업 업체로 부상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3월 부회장으로 승진,현대중공업그룹의 장기발전전략을 모색하던 그가 던진 첫 승부수는 고부가선박 수주 확대와 사업다각화. 민 부회장은 우선 엑슨모빌이 발주하는 40억~50억달러 규모의 액화천연가스선(LNG)선 28척을 전량 수주,첫 단추를 제대로 채우겠다는 각오다. 민계식 현대중공업 부회장은 9일 "미국 엑슨모빌의 대규모 LNG선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며 "엑슨모빌은 3년 내 28척의 LNG선 건조를 요구하고 있으나 현대중공업의 생산능력은 연간 6척(모스형 2척 제외)에 불과해 올해 안에 9척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현대삼호중공업에서 2∼3척의 LNG선을 건조토록 한다면 엑슨모빌의 요구수준을 충족시킬 것"이라며 수주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엑슨모빌은 1단계로 14만5천㎥급 LNG선 8척을,2단계로 20만㎥급 LNG선 20척(옵션 12척 포함)을 발주할 계획이다. 올해 말로 예정된 이 프로젝트의 수주전에는 현대중공업은 물론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과 세계 주요 조선업체들이 뛰어들었다. 업계는 물량이 워낙 큰 만큼 주요 업체들이 몇 척씩 나눠 수주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예상을 깨고 현대중공업이 전량 수주를 공언한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초대형유조선(VLCC) 등 기존 수주선박의 육상건조를 늘리고,현대삼호중공업 관련 인력 1백여명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등 공동생산을 통해 납기를 맞추겠다며 발주사와 관련 협의를 강화하고 있다. 민 부회장은 LNG선 등 고부가 선박 위주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세계 조선업계에서 현대중공업이 차지하는 위상을 한 단계 높인다는 전략이다. 그는 "올해 현대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과 합쳐 1백10억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5백대 기업이나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가 분류하는 32개 업종 가운데 중공업부문 글로벌 톱10에 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2010년에는 매출 1백75억달러로 톱5에 올라선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은 갈수록 떨어지는 영업이익률도 2006년까지는 10%대로 되올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민 부회장은 "4백억∼5백억원대 매출에 1백∼2백여명의 인원을 가지고 있는 조선 장비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에 대한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철강재값이 작년 말보다 67% 올라 올해 추가부담해야 할 비용규모만 3천4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민 부회장은 이와 관련,"불요불급한 투자는 없애고 생산성을 높여 1천3백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거둘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1942년 서울 출생인 민 부회장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MIT에서 해양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공계 출신 전문 경영인. 민 부회장은 아침 6시면 어김없이 출근해 하루 20시간을 회사에서 머문다. 그만큼 일에 열정적이다. 매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임직원들과 방파제를 달리는 그는 분기에 한 번쯤 42.195㎞를 완주하는 '마라톤맨'이기도 하다. 울산=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