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은 5일 이라크 국민의 인권을 철저히 존중하고 이라크 주권 이양 일정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국영 TV로 방송된 연설에서 "미국은 이라크 및 아랍문화와관련이 없는 외국의 비전과 구상을 강요하려 하지 말고 이라크에서 철저한 인권존중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또 이라크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적인 상황'을 개탄하고, 이라크의 영토, 종족적 통합을 유지하면서 이라크인들에게 주권과 존엄성을 돌려줘야치안과 안정이 회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연합군 주관으로 타결된 이라크 주권 이양일정에 따라 "이라크 국민이오는 6월 30일 효과적으로 주권을 되찾도록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이어 오는 22-23일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 열리는 아랍정상회담에서 "중동 및 이라크 상황과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바라크 대통령의 연설은 이라크의 아부 가리브 교도소에서 벌어진 재소자 학대장면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아랍민중의 반미 규탄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방송됐다. 그러나 무바라크 대통령은 연설에서 이라크 재소자 학대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인논평이나 비판을 자제하려는 표정이 역력했다. 한편 이집트인권기구(EOHR)는 "아부 가리브 교도소의 재소자 학대 사진이 관타나모 기지 수감자들의 사진과 매우 흡사하다"며 미군 병사들의 고문 의혹을 철저히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또 이라크 내 미국의 군사행동은 물론 미군의 과도한 무력사용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랍어 통신 알-자지라 인터넷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라크 재소자학대사건을 단발적인 사건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9.5%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즉 미군의 가혹행위가 광범위하게 자행됐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압도적으로나타났다. 아랍 주요 신문들의 인터넷판에는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공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