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의 전략적 제휴관계 조정을 앞두고 있는 다임러크라이슬러가 2005년부터 중국에서 벤츠 생산에 나서는 등 중국 중심으로 아시아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 다임러의 위르겐 슈렘프 회장이 독일을 방문 중인 중국 원자바오 총리와 만나 "중국내 벤츠 승용차 생산 법인 설립은 아시아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다임러와 베이징자동차는 전날 10억유로를 투입,사업 첫해에 벤츠 C클라스와 E클라스 2만5천대를 생산키로 계약을 맺었다. 자동자 전문지인 오토모티브뉴스는 4일 합작사인 다임러차이너의 트레버 해일 대변인을 인용,"공장 착공시기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공장가동은 2005년 중반에 이뤄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외신들은 이같은 다임러의 방침이 사실상 현대차와의 전략적 제휴 청산을 다시 한번 시사하는 조치로 보고 있다. 벤츠 현지 생산을 핵심축으로 아시아 전략의 구심점을 중국시장에 두겠다는 다임러 최고 경영진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쓰비시와 크라이슬러 경영난 등 총체적 위기에 몰린 슈렘프 회장이 현대차와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대신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풀이했다. 지난해 9월 다임러와 베이징자동차간 승용차 합작 생산추진은 다임러와 현대차간 결별의 단초 역할을 했다. 2002년 현대차가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할 당시 법인 출범 후 다른 회사와는 합작관계를 맺지 않기로 약속했으나 베이징차가 이을 어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다임러와 현대차 간 이해가 충돌하면서 양사 관계에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서 다임러와 현대차는 제휴관계를 청산키로 합의하고 발표 시기만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 다임러가 보유 중인 현대차 지분 10.44%(약 10억달러)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처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주요 기관투자가들이 다임러가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나눠 살 가능성이 크다. 다임러는 2000년 약 4억달러에 이 지분을 사들인 만큼 두 배 이상의 차익을 거두게 됐다. 다임러가 현대차와 결별하면 양사는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다임러는 장기적으로 소형차 브랜드인 '스마트'를 투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상용차 부문에서도 충돌이 불가피하다. 다임러가 현대차와의 상용차 합작을 무효화시키고 2002년 인수한 미쓰비시 상용차 법인인 푸조(FUSO)에 집중할 경우 주요 공략 대상은 중국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맞선 현대차도 전략 지역인 중국에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최근 설영흥 중국담당 고문을 부회장으로 발령하는 등 조직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