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의원당선자 모임에서 나온 결과중 가장 눈에띄는 대목은 '중도주의 색깔' 표방이다. 당선자의 62%가 중도진보 또는 진보라고 답할 정도로 진보.개혁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 열린우리당은 진보 대신 '개혁적 실용주의'를 내세웠고,한나라당은 '개혁적.합리적 보수'를 표방했다. 각기 '좌향우'(열린우리당)와 '우향좌'(한나라당)의 행보를 통해 사실상 중도노선을 취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이같은 행보는 이념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칠 경우 국민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도세력을 공략하는데 한계를 노출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열린우리당=논란의 불씨는 남겼지만 대체로 '개혁적 실용주의'에 큰 이의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지금은 이념논쟁을 할 때가 아니다"라는 당선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그렇지 않아도 열린우리당의 색깔에 대한 경제계 등 일각의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좌편향으로 비쳐지는 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개혁파의 대표격인 김근태 원내대표가 워크숍에서 자파세력에 정동영 의장의 실용주의에 힘을 실어주도록 한 게 이를 뒷받침한다. 열린우리당이 중도를 강조하는 또다른 이유는 민주노동당의 약진이다. 민노당 출현으로 개혁세력표의 분산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중도파를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안정적인 지지 확보가 어렵다는 현실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당내 중도목소리를 주도하는 그룹은 정 의장을 중심으로 한 당권파다. 여기에 민주당 출신 의원들과 관료·재계출신 등으로 70여명이 가세하고 있다. 반면 중도진보를 포함,진보쪽은 유시민 김원웅 의원 등과 이목희 임종인 당선자 등 재야와 학생운동권 출신 등이 주축으로 의원 80여명이 여기에 속한다. ◆한나라당=당의 이념적 진로를 '중도'로 맞추면서 '합리적·개혁적'을 제시했다. 보수라는 말을 아예 빼버릴 정도였다. 우편향에서 '중도 우'방향으로 옮기자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는 배경엔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절박감이 깔려 있다.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수구적 이미지를 벗지 못할 경우 젊은 세대들에 다가설 수 없으며,정권창출도 어려울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윤여준 여의도연구소장은 "보수 진보 세력을 빼고 40% 이상이 몰려있는 중간지대를 누가 점령하느냐가 향후 선거의 승부처"라고 말했다. 박형준 당선자는 "젊은 층의 표를 얻어야 살아남는다"는 현실적 이유를 들었다. 현재 '중도 우파'는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권영세 의원 등 개혁소장파와 박세일 윤건영 당선자 등 비례 대표,박형준 이성권 김희정 당선자 등 영남소장파가 주류다. 반면 '보수 우파'는 정형근 김용갑 의원을 중심으로 한 영남 중진과 이재오 홍준표 의원 등의 수도권 보수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재창·홍영식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