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다. 푸르다. 시원하다.'


중국 산둥반도에 위치한 칭다오(靑島)의 첫 인상이다.


칭다오엔 상반되는 특색들이 한데 어울려 있다.


구시가지 건물의 지붕은 온통 붉다.


하지만 건물 사이는 사철 푸른 양잔디와 신록을 가득 담은 나무들이 메우고 있다.


청홍의 두 색은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칭다오에는 또 동서가 어우러져 있다.


땅은 분명 중국 땅이건만 그 위에 지어진 건축물은 모두가 서양식이다.


불과 2백년전까지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 곳을 서양인들이 군사 요충지로 개발했기 때문이란다.


서양식 건축물에는 전형적 동양 얼굴을 가진 중국인들이 살고 있다.


신구의 건축양식도 한데 모여 있다.


유럽의 고도를 닮은 구도심 뒤편으로는 마천루를 모아 놓은 신시가지가 배경을 이룬다.


해안과 산악지형 역시 공존한다.


칭다오는 도시 전체가 해변을 끼고 있음에도 산악도시로 불린다.


중국 해안에서 가장 높은 해발 1천1백m의 노산이 버티고 있는 탓이다.


굴곡 심한 바닷가의 산악도시 칭다오에선 중국에서 가장 흔한 교통수단인 자전거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칭다오는 한반도와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만큼 우리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불과 50분.


승무원들은 이륙 후 숨 돌릴 사이도 없이 착륙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


기후 조건도 우리와 비슷하다.


날이 갈수록 한국 기업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2003년말 현재 한국기업은 5천2백80개, 상주 한국인은 4만명을 넘어섰다.


유학생들에게도 주목을 받고 있다.


칭다오대학 한 곳에만 5백명의 한국 학생이 공부하고 있단다.


그래서 칭다오엔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낮에는 20명중 1명, 밤에는 10명중 1명'이라는 말이 있다.


밤에도 유달리 왕성한 활동을 하는 한국인들에 대한 농담이겠지만 그만큼 자주 한국사람을 만날 수 있다.


칭다오식 투자 유치 전략은 '오동나무가 있으면 봉황은 오게 돼 있다'는 것.


충분한 유인 요소를 만들어 놓고 외국기업들이 스스로 찾아 오도록 기다린다는 복안이다.


앞으로 칭다오시 당국에선 30만명의 한국인이 상주하도록 할 계획이란다.


옛 중국에 있었다는 신라방이 다시 태어날 듯한 예감이다.


칭다오의 건축물은 이 도시를 찾는 이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준다.


1백년의 세월이 정지한 구도시의 유럽풍 건축물과 첨단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신도시가 나란히 서 있다.


그러나 어느 것도 다른 것을 잠식하지는 않는다.


옛 것이 있어 새로운 것이 더욱 빛나고 새로운 것이 있어 오래된 것은 더욱 멋스럽다.


공존과 조화의 개념이다.


칭다오의 건물외관은 그야말로 천태만상이다.


시 당국에서 같은 디자인의 건물에는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통 중국식 건물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중국에 어떻게 중국식 건물이 없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게 칭다오다.


그리고 그건 분명 하나의 매력이다.


바닷가를 달리는 12km의 동해로엔 길을 따라 별장촌이 일렬로 형성돼 있다.


길 서편으로는 각기 디자인을 달리한 그림 같은 집들이 줄을 서있고 길 건너 동쪽에는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를 따라 파란 잔디와 꽃, 각종 조형물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건축 박물관'이라는 팔대관 지역은 40년전부터 관료들의 별장지로 개발됐다.


전세계 건축양식이 고루 도입된 이곳에는 골목별로 각기 특색 있는 수종이 심어져 있다.


건물들은 3층을 넘는 것이 없어 나지막하고 아담한 정취를 준다.


칭다오의 이름은 맥주를 통해 가장 널리 알려졌다.


독일인이 처음 개발했던 도시이기에 칭다오의 맥주 역사는 도시의 역사와 같이 한다.


칭다오에선 매년 8월15일을 전후해 15일동안 맥주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8월14일부터 28일까지 행사가 계획돼 있다.


수십만명이 몰려드는 축제동안에는 사소한 말썽이 발생해도 문제 삼지 않는다고 한다.


취객끼리 다툼이 있는 경우 경찰들은 그저 '술깨는 방'을 따로 마련해 놓고 쉴 수 있도록 배려한다.


칭다오에서는 도교의 발상지 노산, 중국 최고의 산으로 꼽히는 태산, 공자의 고향인 곡부 등도 그다지 멀지 않아 1~2일 정도의 일정으로 다녀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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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수첩 >


칭다오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특히 해삼은 중국 전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많이 생산된다.


다진 고기를 해삼에 얹은 '육말해삼'은 청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해초를 끓여 만든 묵 무침과 대추씨를 빼고 찹쌀을 넣어 만든 대추절임 '카이쿠셔',


자연산 전복을 찐 뒤 소스를 얹어 나오는 전복요리 등은 칭다오에서 특히 눈에 띄는 음식이다.


음식은 재료의 양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지만 우리 돈으로 보통 한 접시에 1만5천원을 넘지 않는다.


칭다오로 가는 항공편은 인천공항에서 대한항공과 중국국제항공이 각각 하루 2차례 운항하고 있다.


자유여행사(02-3455-0006)는 칭다오와 장가계, 원가계를 함께 돌아볼 수 있는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5일 일정 99만9천원.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