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많은 창업 장벽을 허문다. 아이템만 좋다면 돈 시간제약 등 문제될 게 없다. 인터넷은 수많은 대학생 '사장'을 탄생시켰다. 달랑 이름만 내건 사장이 아니다. 매출과 순익이 프로 자영업자들을 웃돌아 본업이 학생인지,사업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이들도 수두룩하다. 그리스도신학대에 재학 중인 조정안씨(26)는 인터넷쇼핑몰 옥션의 화장품부문 최고 '파워셀러'다. 그가 인터넷을 통해 한 달에 팔아치우는 화장품 수량만 2만개. 월 평균매출이 1억원을 웃돈다. 중앙대 국문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로사씨(22). 대학 2학년 때 재미삼아 인터넷에서 옷을 팔기 시작했다. 이젠 목좋은 곳에 있는 웬만한 점포 이상의 순익을 거둔다. 뜻밖의 성공은 작가를 꿈꾸는 그에게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 이로사씨가 온라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1년 9월. 신문에서 여성 소호몰(soho)의 성공스토리를 읽고 의류 소호몰을 차렸다. 창업비용은 디지털카메라 구입에 들어간 20만원. 재미삼아 시작한 장사는 예상밖의 순조롭게 출발했다. 옷을 집 마루에 펼쳐 놓고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자 날개 돋힌듯 팔려나갔다. 취급 품목은 국내에 유통되지 않은 수입브랜드 의류. 이씨는 "당시 경쟁자가 많지 않았고 미유통 수입 브랜드란 사업 컨셉트가 시장 수요에 잘 맞아떨어졌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성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창업 지식이 없었던 그는 감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간이과세자 대신 일반과세자로 사업자신고를 했다. 몇달 동안 벌어들인 4백여만원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내야 했다. 장사는 성공했지만 사업에선 실패한 셈이다. 이씨는 2002년 7월께 옥션에 'rosa8240'이란 간판을 내걸고 두 번째 몰을 열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그는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어떤 상품이라도 1주일 이상 재고를 안고 가지 않는다''하루 평균 3시간만 일한다'. 두 번째 원칙은 학교 생활에 충실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3시간 일하는 학생사업가 치고 매출은 무려 1천만원에 달한다. 물론 옥션의 '파워셀러'들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순익을 따져보면 파워셀러들보다 낫다. 이씨의 마진은 30%를 웃돈다. 사무실도 없고 직원도 없다보니 마진은 고스란히 이씨 수입이다. 이씨는 가장 큰 성공 비결로 사업 컨셉트를 꼽는다. 국내에 보급되지 않는 수입 브랜드 의류가 최근 젊은층의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제품은 수입 오퍼상 등을 통해 조달한다. 그는 재고를 소진시키는 데 수완을 발휘한다. 월 매출이 1천만원을 웃돌지만 평균 재고액수는 1백만원이 넘지 않는다. 이씨는 "1백% 확신있는 물량만 잡으면 된다"고 노(no)재고 비결을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하지만 1백% 확신은 시장의 트렌드나 유행,패션에 남다른 안목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는 동대문 등 시장을 둘러보고 패션이나 각종 브랜드 사이트를 뒤지며 시장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다. 그래야 히트상품을 제대로 살 수 있다. 이씨는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땡처리 제품 등은 별도 ID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또 주문이 밀리면 포장이나 배송 등에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가끔 고용하고 있다. 이씨는 옷을 디지털카메라로 자신이 직접 찍어 인터넷에 올린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스튜디오 등에서 찍은 사진에 비하면 화질이 떨어진다. 대신 이씨는 물품설명에 승부를 건다. 상투적인 말 대신 대화체 화법 등을 통해 구매 욕구를 최대한 자극한다. 그는 "설명에 인용되는 단어 하나 하나의 선택이 제품을 고급스럽게 만들 수도,싸구려로 만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제품을 배송할 때는 항상 한지에다 정성스럽게 쓴 자필편지를 동봉해 감사를 표시한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