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인근의 룡천역에서 22일 오후 발생한 대규모 열차폭발은 일단 "단순사고"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테러의혹을 완전히 배제할수는 없지만 북한의 낙후된 인프라를 감안할때 단순사고에 의한 참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신들의 전반적 분석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3일 "대규모 폭발사고는 열차에 실려있던 질산 암모늄이 유출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보도,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과 북한의 국경선 인근에 반체제세력들이 활동하고 있고,시차는 있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역을 통과한 후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등을 들어 조심스럽게 테러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사고 파장과 전망 피해 규모는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룡천역 일대는 완전 폐허 상태다. 정확한 사망자 숫자 등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사상자가 3천명을 넘을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특히 북한에 긴급 구호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희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한결같이 북한에서는 예기치 않은 대형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실상 신속한 구조가 불가능,인명피해가 크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119에 해당하는 응급구호 기관이 없을 뿐 아니라 응급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사고 직후 중국측에 지원을 요청하고,적십자사에 현장 방문을 요구한 것도 부실한 응급체계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열차폭발 원인이 단순사고로 밝혀질 경우 국제사회의 지원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은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슬픈 일"이라며 위로의 뜻을 표시하고 "우리는 항상 북한 주민들을 인도주의적으로 도와줄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들은 열차폭발 사고를 계기로 미국이 적극적으로 북한 지원에 나설 경우 핵 문제 등으로 껄끄러워진 미·북 관계가 호전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치고 있다. 반면 열차폭발 사고가 테러에 의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돼 각종 경협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 의회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북한 정권 교체론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사고'에 무게 최대 관심은 룡천역 열차폭발 사고의 원인이다. 사고 원인에 따라 국제사회의 지원,남북관계,미·북관계 등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단순사고에 의한 참사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나치게 낙후한 북한의 인프라 시설이 열차폭발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는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의 열차폭발은 기간시설 노후화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 울프스탈 카네기재단 부국장도 "김정일의 통과와 폭발 간 시차가 9시간이라는 점에서 암살 시도 추정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CNN AFP BBC방송 등 외신들도 일제히 열차폭발을 주요 뉴스로 다루면서도 '단순사고'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사고 발생 9시간 전에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위원장이 이곳을 지나갔다는 점에서 반체제 인사들에 의한 조직적 테러라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