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통해 원내 과반을 달성한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세력 재편' 움직임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각 계파별 합종연횡을 위한 수면밑의 교류도 감지되고 있다. 아직 거여의 세력분화로 보기는 이르지만,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향한 숨가쁜 경쟁도 느껴진다. `예측가능한 정치'를 위해서 차기 주자의 부상을 종전처럼 사시(斜視)로만 볼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총선 이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유력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개별적인 관저 회동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움직임과 무관치만은 않아 보인다. 다양한 계파의 존재를 인정하고 `디바이드 앤 룰'(분할 통치)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온다. 정동영(鄭東泳)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가 여권내 역학구도 논의의한 복판에 있다. 여기에 지난 선거에서 영남지역 담당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김혁규(金爀珪) 전경남지사가 강력한 후발주자로 나서고 있고, 친노개혁그룹은 `대통령의 뜻'을 내세워 당내에서 거중 조정자 또는 캐스팅 보트를 자임하고 있는 듯하다. ◇ 정동영과 김근태 = 지난 1.11 전당대회 이후 당권파의 수장으로 자리를 굳힌정 의장은 `노풍(老風)'의 파고를 넘어 탄핵의 정치적 해결과 정당개혁의 맨 앞자리를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17대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해 원외의 한계를 갖고 있는 그의 향후 행보는 여전히 당내의 최대 관심사다. 정 의장은 "향후 거취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가 17대개원을 전후해 의장직을 사퇴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최근 당 체제 정비와 향후 정치개혁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그를 `당의중심'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원 구성후 정 의장의 `잠복기 돌입' 관측도 있고, 그의 입각설도 여전히 식지 않고있다. 노 대통령과 `마음의 화해'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 김근태 대표 역시 여권내 역학구도와 맞물려 있는 강력한 상수다. 김 대표가 원내대표 재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정 의장이 당의 중심이 될 경우 그를 입각시켜 `대권수업'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도 설득력있게 떠돈다. 실제로 최근 여권 핵심인사로부터 `입각' 아이디어를 들은 김 대표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차기 대권 후보로 결정날 구도라면 노 대통령의 가장 안정적 국정운영기가 될 집권 2기에 정 의장과 김 대표를 모두입각시켜 대권수업을 받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입각할 경우 통일부 장관 또는 행자부 장관이 거론되고 있지만, 정의장이 차기 책임총리를 맡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 원내대표 경선 = 김 대표가 입각할 경우 원내대표 경쟁구도도 달라진다. 5선중진의 반열에 올라선 이해찬(李海瓚) 의원이 김 대표의 지지세력인 재야와 386 운동권 출신, 김원기(金元基) 의장 등 당 중진 들의 지지를 받을 경우 강력한 후보로떠오를 수 있다. 당권파에서는 선발주자인 천정배(千正培) 의원이 `준비된 원내대표'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김한길 당선자가 강한 의지를 피력하면서 복잡한 구도로 전개될 수도 있다. 당내 중도보수 및 영입 전문가 그룹의 수장격인 정 의장이 과연 원내대표 경선에서 자신의 의중을 드러낼 것인지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수 있다. ◇ 김혁규 부상 = 21일 당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6.5 지방선거 선대위를 발족시키고 김덕규(金德圭) 의원과 김혁규 전 경남지사를 선대위원장으로 선임한 것을 놓고 당내에서는 그의 역할과 비중에 관심을 쏟고 있다. 부산시장 경남지사 선거가 이번 재보선의 핵심이라면 그가 모든 권한과 책임을지게 될 것이며, 선거 결과에 따라 영남의 맹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할 수도 있다는 관점에서다. 특히 김 전 지사는 총선이 끝난 뒤 노 대통령이 가장 먼저 관저로 초청해 식사를 한 인사라는 점에서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한때 대선 후보 출마를 선언했던 그 이기에 대권 예비주자의 범주에서도 역시빼놓을 수 없다. ◇ 친노개혁진영의 선택 = 친노(親盧) 그룹으로 분류되는 청와대 출신및 노 후보 캠프 출신 인사들과 유시민(柳時敏) 의원 등 개혁당 출신그룹은 노 대통령 집권2기의 국정안정에 최우선점을 두면서 사안에 따라 선택을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혁당 등 젊은 그룹은 `친 김근태' 성향을 보이고 있고, 염동연(廉東淵) 조정위원장 등 일부는 `친 정동영'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선거전 중반 `분당'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왔던 만큼 친노 강경파의 활동범위는 조정자, 캐스팅 보트의 역할을 넘어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노 대통령이 여러 인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의견을 교환하면서 당의 결집력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