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차기 총재로 로드리고 라토 스페인 전 재무장관이 사실상 내정됐다. 블룸버그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0일 "IMF 총재직을 놓고 라토와 경쟁해온 프랑스 출신의 장 르미에르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가 4년 임기의 EBRD총재에 재선됨으로써 라토가 IMF의 새로운 수장으로 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전날 EBRD 총회에서 재선된 르미에르 EBRD총재는 IMF총재 후보직을 사퇴했다. IMF총재 후보지명권을 갖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 초 호르스트 쾰러 전 IMF총재가 독일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중도 사임한 후,르미에르를 지지하는 프랑스-독일 진영과 라토를 미는 영국-아일랜드-스페인 진영으로 양분돼 단일후보를 내지 못했다. 지난 1944년 브렌트우즈체제 출범 후 지금까지 세계은행(IBRD) 총재는 미국인,IMF총재는 유럽인이 맡는 게 불문율로 돼 있다. 따라서 EU가 추천한 후보는 1백84개 IMF 회원국 중 가장 많은 투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반대하지 않는 한 IMF총재가 된다. 이와 관련,새뮤얼 보드먼 미 재무차관은 "IMF총재직은 유럽의 결정사항"이라며 "과거의 전통이 유지되길 희망한다"고 언급,미국도 라토를 지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라토는 브라질 등 중남미와 일본 등 아시아,러시아로부터도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라토는 빠르면 이번 주말의 IMF·IBRD춘계 합동회의나 내달초 IMF특별회의에서 총재로 선출될 전망이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