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민간지원단체인 미국 유진벨재단의 스티븐 린튼 회장 만큼 한국 사정을 잘 아는 사람도 드물다.연세대 졸업후 한국신학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데다 콜롬비아대학에서 한국의 윤리와 이상 등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국말도 한국사람 뺨칠 정도로 잘한다. 북한도 수십차례 드나들어 그의 강연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관심을 끈다. 그는 지난 주말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에서 한·미동맹 관계에 대한 한국내의 인식변화를 주제로 강연했다.4·15총선이 열린우리당의 승리와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끝나면서 미국내에서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돌고 있는 터라 그의 강연은 특히 주목을 끌었다. 그는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내의 인식이 경제적 번영과 군사적 안보를 보장하고 국민적 열망을 부추기는 '자산'에서 최근에는 '짐'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싼 임금을 활용할 수 있지만 한·미동맹이 이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한·미동맹은 더이상 혜택이 아니라는 인식이 많다는 것이다. 또 북한보다 미국을 더 위협적인 국가로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면서 한·미동맹은 안보면에서도 자산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관찰의 정확성 여부를 떠나 실제 미국에는 그같은 인식 변화를 실감하는 사람이 많은게 분명하다. 총선 전망이나 결과를 보도한 미국 언론에서도 그런 시각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뉴욕 타임스는 이번 총선을 세대간의 대결로 간주했다. 그러면서 새 바람을 일으키는 젊은이들의 대미 인식변화가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했다. 노무현정부는 취임 이후 한·미관계의 새로운 균형을 모색해 왔다. 하지만 그것이 동맹관계의 퇴색이나 서로간의 무관심으로 귀착되거나 린튼 회장의 관찰처럼 동맹이 '짐'으로 인식되는 상황까지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이라크 추가 파병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젊은 병사들의 안전 차원에서 생각해볼 수는 있지만 경제·안보적으로 여전히 소중한 한·미관계를 훼손시키는 쪽으로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으면 한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