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가 '더룽(德隆)쇼크'로 긴장하고 있다. 신장(新疆)의 대표적 민영기업인 더룽그룹(회장 탕완리) 산하 5개 상장회사의 주가 폭락으로 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더룽그룹 사태는 중국 정부의 금융긴축 정책과 맞물려 터졌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투자과열 억제를 위한 '통화긴축→기업자금난 가중 및 도산→은행 부실증가→경제 충격'이라는 경(硬)착륙 시나리오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가동향=더룽그룹의 대표적 기업인 신장툰허(新疆屯河) 허진(合金)투자 샹훠쥐(湘火炬) 등 3개 업체 주가는 지난주 들어 하루 6∼8%씩 급락,결국 14일 이후 거래가 정지됐다. 이들 3개 주식은 올 들어 평균 50% 이상 폭락,시장투자가들의 손실이 92억위안(1위안=약 1백45원)에 달했다. 더룽 쇼크가 확산되면서 올 들어 강한 상승세를 보이던 중국 증시는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주말 상하이(上海)시장의 종합지수는 1천6백94.56포인트로 1주일 전에 비해 약 5% 밀렸다. ◆원인=더룽그룹의 자금난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더룽그룹은 작년 12월 이후 5차례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상장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은행자금을 빌리는 등 자금난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룽쇼크'는 최근 중국 정부의 통화긴축 정책과 무관치 않다. 각 은행들은 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의 과도한 대출 회수 정책에 따라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은행돈을 끌어들여 무리하게 사업확장을 해온 더룽은 자금난에 직면하자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끌어 쓴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영향=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그동안 투자자금을 은행에 의지해온 많은 기업들이 정부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도산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데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정부의 기업계열화 정책을 바탕으로 문어발식 확장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상호지급보증 등의 방식으로 은행자금을 과도하게 끌어썼고,은행은 지방정부의 '지침'에 따라 적절한 신용조사 없이 자금을 대출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더룽그룹 산하 허진투자의 경우 계열사 지급보증액이 전체 자산의 1백35%에 해당하는 6억4천만위안에 달하기도 했다. 현대증권 상하이지점의 조강호 소장은 "금융당국의 자금감독이 강화되면서 지방정부와 기업,은행 사이의 모럴해저드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번 사태는 중국 정부의 과열투자 진정정책이 경제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더룽그룹은… ] 지난 1986년 탕완리 형제가 5명의 친구들과 함께 신장우루무치에 설립, 확장해온 민영기업이다. 현재 더룽그룹 시멘트 자동차부품 토마토케첩 금융 관광 등의 분야에 20여개 산하업체를 두고 있다. 이들 업체가 다시 투자하고 있는 기업을 포함하면 그룹산하 기업은 60개가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의 연간 매출액은 6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고, 종업원만도 50만 명에 이른다. 탕 형제는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부자 37위에 오르기도 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