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총선은 국회 여성의원 비율을 헌정사상 처음으로 두자리 숫자인 13%로 끌어올려 여성 정계진출사에서 분수령을 이뤘다. 전체 의원정수 299명 가운데 243개 지역구에서 9명이 선출됐고 비례대표 56명가운데 30명에 가까운 여성이 당선권에 들어 본격적인 여성 정치인 시대를 열었다는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도약'으로 기록될 만하다. 여성의원수는 제헌국회후 9대 국회를제외하고 줄곧 한자리 숫자를 맴돌았고 `우먼파워'가 신장된 90년대에도 15대 총선에서 9명(3.01%)에 그쳤으며 16대에 와서야 16명(5.86%)으로 `기지개'를 켜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이 양당의 선거전을진두지휘했고, 전여옥.박영선.이승희씨가 3당 대변인으로 활약했던 이번 총선은 결과에서도 예전에 볼수 없었던 거센 `여풍(女風)'을 이어간 셈이다. 지역구 여성당선자의 경우,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대구 달성).김영선(고양 일산을) 후보가 3선 고지에 오른데 이어 전재희(경기 광명을) 후보가 재선됐고 `기대주'였던 이혜훈(서울 서초갑) 김희정(부산 연제) 후보가 새로 금배지를 다는등 5명이 원내에 진입했다. 정당 가운데 가장 많은 11명의 여성을 공천했던 우리당도 4명을 배출시켰다. 민 주당 전국구 의원으로 들어온 뒤 당적을 옮긴 이미경(서울 은평갑) 후보가 3선을 기록했고, 한명숙(고양 일산갑) 조배숙(전북 익산을) 후보가 재선됐으며, 고(故) 심규섭 의원의 부인인 김선미(경기 안성) 후보가 새로 당선됐다. 반면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은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서 3위로 쳐지며 낙마하는 `이변'을 낳았고, 무소속으로 3선에 도전한 임진출 의원도 고배를 마셨다. 자민련, 민주노동당 등 다른 정당도 여성 당선자를 내지 못했다. 이런 배경에서지역구에서만큼은 `여풍'이 위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구 여성의원은 15대에서 추미애(국민회의), 임진출(무소속) 등 2명, 16대에서 추미애.장영신.김희선.김경천(이상 민주) 박근혜(한나라) 등 5명이었는데 이번이번이 역대 최다이긴 하지만 전체적인 신장세에는 못미치는 감이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구 여성출마자 66명 가운데 9명만이 당선되고, 이들도 대부분 초.재선으로 인지도가 있었던 인물들이어서 지역구를 통한 여성신인의 진출에는 한계를노출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 여성의 약진은 지역구에서의 `선전'보다는 자민련을 제외한 각 당이 비례대표 홀수 순번을 여성에게 배정, 전체 비례대표 56명 가운데 절반 가량이여성에게 돌아간 `우대 정책'에 절대적으로 힘입었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나라당에서는 비례대표 순위 1-17번 사이의 김애실 외국어대교수, 방송인 박찬숙씨, 송영선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소장, 전여옥 대변인, 이계경 여성신문사 명예회장, 나경원 변호사, 김영숙 서울서래초등학교 교장, 고경화 당 보건복지수석전문위원, 진수희 여의도연구소 연구위원, 안명옥 대한의사협회 이사, 박순자당 부대변인 등 11명이 원내에 진입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장향숙 여성장애인연합 대표,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이경숙여성단체연합 대표, 홍미영 전 인천시의원, 박영선 대변인, 김현미 전 청와대 정무2비서관, 김영주 금융노련 부위원장, 강혜숙 청주대 무용과 교수, 이은영 외국어대교수, 윤원호 부산여성단체협회장, 유승희 당 총괄조직실장, 장복심 대한약사회 부회장 등 12명을 진출시켜 `마돈나 선풍'을 실감시켰다. 민주당에서는 손봉숙 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과 이승희 대변인이, 민주노동당에서는 심상정 전 금속노조 사무처장, 이영순 전 울산 동구청장, 최순영 당 부대표,현애자 제주여성농민회장이 여의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여성의원수가 헌정사상 최다를 점유했지만 외국보다는 크게 뒤쳐진 점은 앞으로극복해야할 숙제로 남아 있다. 국제의회연맹(IPU)의 2003년 자료에 따르면 여성의원은 스웨덴 45.3%, 덴마크 38%, 핀란드 36.5%이며 아시아권에서도 베트남 27.3%, 중국 21.8%, 파키스탄 21.1%,필리핀 17.8% 등으로 한국보다 크게 앞서 있다.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단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