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대 총선의 표심 향방을 진단해온 여론조사 기관들의 영업실적은 당초 기대했던 '총선 특수'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각 정당들이 바람몰이 선거운동을 한데다 유권자들도 '묻지마 지지' 경향을 보여 방송사 용역을 맡은 몇몇 대형사를 제외하곤 실적이 '별로'였다"고 전했다. 미디어리서치 TN소프레스 코리아리서치 한국갤럽 월드리서치 등의 선거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과 신문 방송 등 언론사들의 의뢰를 받아 잇따라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데 이어 15일에도 출구조사를 벌여 한철 재미를 보았다. 여론조사 기관들에 따르면 지상파 방송 3사가 미디어리서치 TN소프레스(KBS와 SBS) 코리아리서치(MBC)에 의뢰해 벌여온 예측조사의 총 매출액 규모는 8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여론조사 기관들의 연간 매출액이 1백억~2백억원대 규모라는 점을 감안해 볼때 이들 3사는 총선특수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 전반적으론 지난 2000년 16대 총선과 비교할 때 여론조사 시장이 호황을 누리지는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출구조사에 참여한 조사기관 관계자는 "이런 조사는 예측의 정확성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사운을 걸고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다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매출액 신장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특수를 누린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탄핵안 가결에 대한 반대여론으로 이른바 '묻지마 지지'가 대세를 이뤘다"면서 "이 때문에 각 당 후보자들이 직접 의뢰하는 여론조사 건수가 현저히 줄어 신문 방송의 의뢰를 받지 못한 조사기관은 오히려 재미를 못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