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헌법재판소 심리가 11일로 한달을 맞았다. 지난달 12일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과 함께 사건을 접수한 헌재는 그동안 전대미문의 탄핵 심리를 위한 절차적 측면의 불투명성을 제거하고 각종 의견.답변서와 3차례 공개변론을 통해 핵심 쟁점을 정리하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또한 지난 9일 공개변론에서 대통령 측근 등 4명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측근비리관련 재판기록 등을 검토키로 하는 등 본격적인 탄핵심판 심리를 위한 향후 진행방향에 관해서도 가닥을 잡았다. ▲ 절차적 애로 해소 = 헌재가 사건 접수이후 봉착한 어려움은 탄핵심판에 대한국내 전례가 없고 헌법재판소법에 명확한 절차 규정이 없어 재판을 어떻게 진행할것인가 하는 절차적 문제. 헌재는 심리 착수와 거의 동시에 4∼5명의 헌재 연구관들로 구성된 전담 연구반을 꾸려 국내외 선례와 자료, 이론 등을 수집.검토하고 재판관 9인 전원이 참석하는3차례 평의를 통해 이런 애로 사항들을 하나둘씩 풀어나갔다. 헌재법상 당사자 규정 문제,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신문가능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지만 당사자는 대통령과 국회 소추위원이며 대통령도 소추위원측 신청에의해 신문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렸다. 진행중인 수사.재판기록에 대해 증거조사를 나설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제기됐으나 기록 자체를 헌재로 가져올 순 없지만 복사본을 받아 검토할 수 있다는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주심 주선회 재판관은 "일반 사건은 선례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면 되지만 탄핵심판은 처음이어서 절차적 측면의 애로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탄핵심판은향후 유사사건을 어떻게 처리할 지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핵심쟁점 정리 = 헌재는 한달간 자체적으로 탄핵사유의 타당성 여부를 계속검토하고 향후 심리과정에서 집중 검토해야할 핵심 쟁점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동안 대통령 대리인단은 3차례 답변서와 4차례 의견서를, 소추위원측은 1차례의견서와 증거조사 신청서를 냈으며 그외 기관에서는 2번의 의견서를 낸 국회의장을비롯,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법학교수 133명이 1차례씩 의견서를 접수시켰다. 또 공개변론은 3차례 열렸다. 이 과정에서 국회가 탄핵소추안 의결과정에서 국회법을 따랐는지 여부를 시작으로 탄핵사유인 선거법 위반과 관련, 정무직 공무원인 대통령의 중립의무, 대통령 발언의 고의성, 중앙선관위의 선거법위반 결정 과정 등이 검토 대상으로 떠올랐다. 측근비리의 경우 증인과 관련자료를 대거 증거조사 대상으로 채택한 가운데 대통령의 연루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지만 경제파탄은 큰 이슈로 부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최종결론 내달 중순에나 = 한달간 심리과정에서 핵심쟁점들이 정리됐다면 향후 재판은 이 쟁점들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따지고 사실관계가 확정되면 탄핵사유에해당되는지에 대한 법리 검토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사실관계 확정을 위해 선거법 위반 부분과 관련, 중앙선관위의 2차례 회의록과 방송사들의 대통령 기자회견 진행방식을 검토키로 했으며 필요할 경우 열린우리당의 선거대책 문건을 보도한 모일간지 기자를 증인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또한 측근비리와 관련, 대통령의 연루 여부를 따지기 위해 측근들의 증언을 들어보고 이들의 재판기록 복사본도 서울지법에서 넘겨받아 검토에 들어가기로 했다. 오는 20일과 23일 두 차례 공개변론을 열어 측근 등 4명에 대한 증인 신문을 벌이고 필요하다면 측근비리와 관련된 다른 증인도 법정에 소환할 방침이다. 사건 접수 당시 총선 전 결론이 내려질 지에 관심이 쏠렸으나 현재 진행상황으로 볼 때 최종판단은 고사하고 증인신문만이라도 이달중 끝날 지 미지수다. 증인 신문이 마무리되더라도 헌재는 방대한 자료를 검토한 뒤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재차 평의를 열어 법리적 판단까지 내려야 하므로 최종 판단은 내달 중순쯤 돼야 나오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헌재가 그동안 신속한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누차 밝혀왔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계속해 왔다는 점에 비춰 최종 결정이 다소간 빨라질 가능성은 배제할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