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에버랜드의 본의 아닌 금융지주회사 편입 여부 논란을 계기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비자발적으로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될 경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되, 해당 기업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금융감독 당국이 시정명령권을 갖도록 한다는게 골자다. 11일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금융지주회사법이 지난 2000년 10월 만들어져 그간 변화된 실정을 반영할 필요가 있는 데다 에버랜드처럼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되는 사례가 발생해 법 개정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융감독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통해 조만간 개정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일각에서는 빠르면 오는 6월 임시국회 때 개정안을 제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우선 금융지주회사를 지정할 때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경우와 비자발적으로 금융지주회사에 포함되는 경우를 구분하기로 했다.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경우 현행처럼 금감위 심사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비자발적으로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될 경우 일정 유예기간(예를 들어 3개월 등)을 둬 해당 기업이 금융지주회사로 신청하든지, 아니면 금융지주회사 요건을 벗어나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또 금융감독 당국이 시정명령권을 가질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을 모색 중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현재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회사에 해당되는 데도 금감위 인가를 받지 않았을 경우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감독당국이 별도의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다만 참여연대가 요구한 '지배관계만을 기준으로 한 금융지주회사 요건 변경'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금감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증권사를 자회사로 둔 은행도 금융지주회사로 분류하고 있지만 한국에선 금융회사 지배 및 관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순수 금융지주회사를 추구하고 있어 금융 자회사 자산비중 요건이 필요하다"며 "미국과 한국의 금융발전 단계 및 법 체계가 달라 지금 당장 자회사 자산비중 요건을 삭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처럼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은 에버랜드가 삼성전자 주가 상승으로 인해 금융지주회사 요건에 해당돼 버렸기 때문이다. 에버랜드는 작년 말 현재 삼성생명 주식을 19.3%밖에 갖고 있지 않지만 삼성생명의 주식가액이 에버랜드 총자산의 50%를 넘어선 54%에 이르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이 경우 금감위 인가를 받도록 해놨으며 비금융회사 지분을 처분토록 규정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