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알릴 일'은 숨기는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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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전국 동사무소 및 행정민원서류 발급센터에서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당일 오전 서울시와 다른 지방자치단체를 잇는 지방행정정보망에 장애가 발생,3시간 이상 불통된 게 원인이었다.
이 때문에 서울과 지방에서 상대 지역 민원서류(주민등록등·초본 등)를 떼기 위해 관공서를 찾았던 주민들은 발만 동동 굴려야 했다.
사태가 이런 데도 정작 전산망 관리책임자인 서울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었다.
전산망 실무자들은 "곧 공식 자료가 나갈 예정이니 기다려 달라"고 했으나 직원 70여명의 서울시 대변인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기자가 서울시데이터센터 등에 전화를 걸어 사고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날 대구지역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동사무소를 찾았던 주부 김모씨(32·서울 목동)는 "영문을 몰라 더 답답했다"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그는 "서울시가 좋은 일만 홍보할 게 아니라 이런 문제를 바로 알려 시민들이 함께 대처할 수 있도록 했어야 옳았다"고 강조했다.
사실 서울시는 매일 수많은 홍보자료를 쏟아내고 있다.
정보망에 장애가 발생했던 날에도 서울시는 국내 지자체 중 처음으로 기금 여유자금을 채권에 투자,고수익을 올렸다는 홍보자료를 내놨다.
특히 이런 성과는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인 이명박 시장이 기업경영 마인드를 시정에 접목시킨 덕분이라는 성의있는 해설까지 덧붙였다.
이들의 설명대로 이 시장이 기업경영 감각을 활용해 서울의 '도시가치'를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에는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크게 이견을 달지 않는다.
'청계천 복원' '뉴타운 건설' 등에서 보듯 프로젝트 추진력도 수준급이다.
하지만 자랑거리에는 이처럼 열성적인 서울시가 정작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안겨준 사고에 대해서는 보도자료는커녕 일언반구의 해명이나 설명이 없었다는 데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가치투자' 대가인 워런 버핏은 "기업 내 악재를 회사 주인인 주주들에게 즉시 알리는 게 경영자의 핵심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가치시정(市政)'를 추구한다면 악재에 대해 쉬쉬하는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철수 사회부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