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버스를 인수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공장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습니다."


지난해 3월 대우버스를 인수한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65).


회사를 인수한 지 꼭 1년이 지났지만 인수 후 대우버스 부산공장을 한 차례도 방문하지 않았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궁금할 텐데 말이다.


뿐만 아니다.


영안모자에서는 한 사람도 대우버스에 파견하지 않았다.


하다 못해 경리책임자라도 보냈을 만한데 대우버스에선 '점령군'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기존 인력 가운데 쫓겨난 사람도 전혀 없다.


근로자들 입장에선 바뀐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할 정도다.


기업 인수·합병(M&A)사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백 회장의 '인수회사 자율경영 방식'의 결과는 과연 어떨까.


인수 첫 해인 지난해 대우버스는 약 80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대우자동차 시절 만년적자 사업부가 단숨에 흑자로 돌아섰다.


9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관광·고속버스 신모델(로얄 하이데커) 발표회에 참석한 백 회장은 회사 경영 전략을 묻는 질문에 "대우버스는 최영재 사장이 경영한다"고 잘라 말했다.


"대주주인 본인은 현안이 있으면 조언만 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기업을 인수한 뒤 사람을 보낸다는 것은 경영진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믿음이 부족하면 경영진이 책임지고 경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라도 파견하면 '점령군'이 왔다고 생각하는 풍토에서는 믿을 수 있는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경영을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노사문제로 대우버스 노조가 자신을 찾아와도 "왜 영안모자 회장을 찾아왔느냐"며 돌려보냈다.


신차 발표회장에서도 자신은 투자자일 뿐 주최측은 대우버스라고 거듭 강조했을 정도다.


백 회장의 이 같은 경영철학 덕분에 대우버스 간부 직원들은 인수 전보다 50% 이상 더 일하고 있다고 최영재 대우버스 사장은 소개했다.


올해는 6천6백대(해외 조립생산분 포함)의 버스를 판매,2백억원 이상의 순익을 거둔다는 계획이다.


백 회장은 "인수 1년만에 선보인 '로얄 하이데커'는 대우버스 임직원들이 혼을 빼고 피를 뽑아 만든 차"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렇게 만든 버스인 만큼 각종 규제로 수출이 까다로운 유럽으로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에 수출하기 전까지는 유럽차 수출 조건과 비슷한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발표된 '로얄 하이데커'는 내달부터 대우자동차판매㈜를 통해 판매에 들어간다.


올해 중·대형 고급버스 시장에서 4천대 이상을 팔아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끌어올릴 기대주다.


버스사업 투자에 크게 만족한 백 회장은 "2005년말까지 부산 인근 7만평 부지에 연구개발 설비를 겸비한 첨단 버스생산라인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