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가 엄격한 제한 요건 없이 시행될 경우 소송 남발로 변호사들만 이득을 보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회계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새뮤얼 디피아자 회장(54)은 8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내년부터 도입되는 집단소송제와 관련, 이같이 지적했다. 디피아자 회장은 또 "2006년부터 기업이 외부감사법인을 6년마다 바꾸도록 의무화한 법규는 감사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국 정부는 새로운 회계제도 시행에 앞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세부규정을 마련하는데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피아자 회장은 PwC에서 31년간 근무한 베테랑 회계사로 국제 경영전략을 결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PwC는 삼일회계법인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 -미국은 집단소송제를 이미 시행 중이다. 부작용은 없나.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이 통제불능일 정도다. 소송을 당한 기업이나 회계법인은 막대한 금전적 손실과 이미지 훼손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소송을 피하려다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도 집단소송제가 시행되면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집단소송제의 단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은. "주가조작이나 고의적 분식회계는 마땅히 소송대상이 돼야 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는 데도 실수로 발생한 분식회계를 빌미로 집단소송을 제기해선 곤란하다. 때문에 집단소송의 요건에 대한 분명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한국은 내년부터 집단소송제를 도입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세부규정은 없는 것으로 안다. 감독당국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6년마다 회계법인을 교체해야 하는 규정도 논란이 있는데. "득보다는 실이 많다. 기업의 비용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외부감사의 질이 저하될 수도 있다. 미국 영국 호주 등도 회계법인을 주기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같은 이유로 포기했다. 외부감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은 회계법인을 바꾼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 회계법인 의무교체 제도가 오히려 기업이 자기 입맛에 맞는 회계법인을 고르도록 부추길 수 있다." -외부감사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은 기본적으로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하도록 해줘야 한다. 한국 정부는 미국 등 해외증시 상장기업에 대해선 회계법인 교체의무를 면제해 주고 있는데 이같은 예외조항이 더 확대돼야 한다. 회계법인을 바꾸지 않더라도 회계법인 안에서 감사담당자를 교체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기업과의 유착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기업도 경영진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인 내부감사위원회를 만드는게 필요하다." -국내 회계기준을 평가해 달라. "나라마다 서로 다른 회계기준을 쓰는 것은 문제다. 현재 EU(유럽연합)를 중심으로 국제 회계기준을 통일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미국도 이를 수용할 태세다. 이렇게 되면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의 재무제표를 국제 회계기준에 맞추도록 요구할 것이다. 한국 기업들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