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개인 자산관리회사)나 신용회복지원위원회를 통해 구제 절차를 밟고 있는 신용불량자들도 오는 9월22일부터 법원을 통한 '개인회생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제도권 금융회사의 빚은 5천만원 미만이지만 그 외 빚이 많은 신용불량자들은 우선 배드뱅크에서 빚을 재조정받고 사채(私債) 등 나머지 빚은 법원에서 변제계획을 짜서 갚을 수 있게 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8일 "개인회생절차에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빚이 재조정 가능하지만 채무자가 법원에 낸 변제계획안에 포함된 채무만을 재조정하게 된다"며 "배드뱅크나 개인 워크아웃을 통해 재조정받게 돼 있는 빚이 있을 경우엔 이를 제외한 나머지 채무에 대해서만 법원에 재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채무-채권자 간 사전조정 인정 관계자는 "현행 도산법에도 기업이 법원으로 가기 전에 채권자들과 함께 작성한 채무 재조정안에 대해서는 법원에서 인정해 주는 사전조정제도(pre-package)가 있다"며 "이를 개인채무자의 회생 과정에 똑같이 적용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일 국회를 통과한 '개인채무자회생법'은 파산에 직면한 개인 채무자가 △재조정 받을 빚 목록 △자산목록 △향후 상환계획 등을 담은 변제계획안을 법원에 내고 이를 최장 8년 동안 성실히 이행하면 면책받을 수 있도록 '구제의 길'을 터주고 있다. 관건은 채권자간의 이해 상충 조정 문제다. 배드뱅크 채권자들에게만 유리하게 빚이 상환될 경우 나머지 채권자들은 피해를 볼 수 있다. 때문에 법원은 개인회생절차 신청자의 재산 등을 철저히 조사, 나머지 채권자들에게도 빚 상환이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 배드뱅크 탈퇴 때는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 기존 채무재조정안이 기타 다른 채권자들에게 현격하게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엔 기존 구제 절차를 중단한 뒤 법원 개인회생절차를 다시 밟도록 할 방침이다. 이 경우 문제가 커진다. 배드뱅크 신청자들은 연체돼온 빚의 3%를 우선 갚는 조건으로 신규 대출을 받아 기존 빚을 갚고 신용불량자 명단에서 빠지게 된다. 그런데 배드뱅크를 포기할 경우 선납금 3%를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되며 배드뱅크 신규 대출금을 3개월 이상 연체하면 아예 '금융질서문란자'로 등록되는 등 불이익이 적지 않다. 금융질서 문란자는 빚을 갚아 등록사유가 없어진 뒤에도 5년동안 기록이 남는 금융관련 중(重)범죄자. 신충태 배드뱅크 설립 사무국장은 "신용불량자들은 배드뱅크 신청 전에 개인회생절차로 갈지 등을 생각해 자격과 조건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