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전산망 운영시스템 불안 … 사상 첫 일시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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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거래금액이 90조원에 달하는 '한국은행 금융망(BOK-Wire)'이 지난 2일 일시 정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짐에 따라 금융회사간 거액결제시스템의 안전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은 금융망은 국내 금융회사간 거래의 최종 안전판이어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금융권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다른 결제시스템에 비해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한은 금융망은 금융회사간 자금이체를 한은에 개설돼 있는 해당 금융회사의 당좌예금계정을 통해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거액 결제시스템이다.
◆힘 못쓴 백업 시스템
한은은 현재 서울 강남 전산센터와 대전 등 두 곳에 각각 전산사고와 재해 대비용 '백업(back-up)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다.
한은 전산정보국 관계자는 "한은 금융망을 이용하는 모든 거액결제의 기록은 두 곳의 백업 시스템에 똑같이 남도록 설계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때는 강남 전산센터 내 백업시스템이 자동적으로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게 되고 큰 재해가 일어났을 때는 대전에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일에는 이 두 군데의 백업시스템이 모두 움직이지 않았다.
하드웨어에 문제가 생기거나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다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엔 백업시스템이 가동되지만 이번 경우처럼 OS(운영체계)에 이상징후가 나타나면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 백업시스템을 쓸 수 없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백업시스템도 똑같은 운영체계를 사용하기 때문에 비슷한 장애를 일으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재발 가능성 여전
한은은 앞으로 유사한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결제시스템을 재점검,올 10월 중 새로운 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무식 한은망팀장은 "새로운 사용자 환경 구축 등을 포함한 한은망 개선작업을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해 오고 있었다"며 "이번 사태를 거울 삼아 시스템 안전성 측면에 대해 대대적인 보강작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한은 공동망의 운영체계 자체에 이상이 생길 경우엔 특별한 해결방법이 없어,결제지연과 같은 문제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금융회사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전산장애는 업무가 끝나가는 시간에 터져 그나마 피해가 적었다"며 "사고 재발을 막는 것과 동시에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어떻게 신속히 대응할지를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