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과속성장으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입는 피해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전력은 물론 용수 공업용지 등 모든 생산요소의 부족 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육박하면서 급기야 현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전력난. 사실상 '전력 배급제'가 시행되면서 현지 진출기업들은 대안을 마련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단전일로 지정된 날을 피해 야근과 휴일 특근을 강행하고 있으나 이는 당장 원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특구나 외국기업 전용공단에 자리를 잡지 못한 중소기업의 경우 일주일에 3~4일씩 공장 가동을 멈춰야 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사실상의 전력 배급제 AV(오디오·비디오)기기를 생산하는 이트로닉스 선전 공장은 매주 금요일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전력 공급이 수요에 비해 15%가량 부족한 선전시는 지난 2월부터 각 공장별로 쉬는 날을 지정했다. 이트로닉스 관계자는 "선전은 날씨가 더워 에어컨을 4∼5월부터 가동하는 만큼 여름철에 전력 부족 현상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단전일이 2∼3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유럽 등지로 수출주문이 늘어나면서 공장을 완전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나 이에 대응할 일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 직격탄 전력 배급제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예고 없는 단전은 생산 현장에 심각한 타격이 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입주한 소도시 공단에 이런 현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장쑤성 전장(鎭江)의 안경코팅 업체인 알파광학의 경우 최근 사전 통보 없는 단전으로 공정 중에 있던 재료를 모두 폐기처분해야 했다. 닝보에 진출한 한해기계는 단전으로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생산품(전동공구)의 60%를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하고 있는 이 회사는 납기를 맞추지 못해 최근 판매선을 잃기도 했다. 이 회사 이기용 사장은 "그래도 닝보는 나은 편"이라며 "이우(義烏) 등 개발 수준이 낮은 지역은 격일제 단전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쑤성 장인(江陰)시 투자기업인 성화피혁의 홍민수 사장은 "납기를 맞추기 위해 발전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에너지 비용이 40% 높아져 애를 먹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채산성 악화 비상 전력난에 더해 원자재가격,물값,토지가격 등 제조원가를 구성하는 각종 비용이 동시다발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현지 진출 기업들은 채산성 악화 방지에 비상이 걸렸다. 상하이시 등 대도시는 피크시간대 전기료를 더욱 높이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국영 발전소의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해 연초 전기료를 인상한 중앙 정부도 곧 전기료를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상당수 지역이 물 부족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용수 가격을 높이거나 기본 용수량을 초과하는 범위에 한해 누진가격을 적용하는 시스템을 채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업용지 가격도 같이 치솟고 있다. 지난해 항저우시의 경우 전년 대비 21% 상승하는 등 대부분 5%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도 지난해 베이징시의 평균 임금이 15.8% 오르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지방 정부 주도의 과잉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조세 우대 정책 남발을 금지키로 해 외자 기업에 돌아가던 세제 혜택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상하이=한우덕·베이징=오광진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