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격이 조정을 받을 것이란 잇따른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서울시내 미술관과 화랑가에는 국내외 사진전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기금(FNAC)소장품인 프랑스 현대작가 8인전을 비롯해 사진과 회화의 공동작업으로 유명한 피에르 & 쥘,일본작가 아리노 에이무 전,국내작가로 주명덕 우종일 오형근 문순우 이원철전 10여곳에 달한다. ◇팝 컬처전(8일부터 갤러리세줄)=베티나 랭스,플로랑스 파라데이스,나타샤 르쉬에르,장 구드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8명의 작품 26점이 소개된다. 프랑스정부가 후원하는 이 전시는 '사진의 달'행사의 일환으로 서울 방콕 싱가포르를 순회할 예정이다. 텔레비전이 끝없이 허구를 생산하는 것처럼 현대사회는 이미지가 연출에 의해 변조되고 있는데도 대중들은 진실과 허구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출품작가들은 이러한 유토피아의 허상을 패러디를 통해 고발한다. 5월 16일까지. (02)391-9171 ◇피에르 & 쥘전(9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이들은 다큐멘터리 성격의 인물사진에 특유의 상상력을 회화기법으로 결합시켜 사진예술의 새 장르를 개척한 사진작가로 유명하다. 특히 장 폴 고티에,마돈나 같은 유명인들을 모델로 동성애의 의미를 바로크적인 양식으로 표현해내는 독특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1976년부터 최근까지 68점의 오리지널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5월 16일까지. (02)2124-8800 ◇아리노 에이무전(김영섭화랑)='허실공간'을 주제로 흑백과 컬러사진 40여점이 출품됐다. 작가는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하면서 사진속 도시와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고독을 담는다. 컬러사진은 자연과 인간을,흑백사진은 도시와 인간을 주로 다룬다. 컬러사진은 인간이 자연을 대상으로 행하고 있는 행위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반면,흑백사진은 도시가 인간에게 얼마만큼 영향을 주는가를 주관적이면서 감각적으로 포착한 게 특징이다. 29일까지. (02)733-6331 ◇우종일전(8일부터 박영덕화랑)=작가는 미국에서 20여년간 주로 누드작업을 지속적으로 해 왔다. 누드 사진작가들이 일반적으로 섹스와 죽음에 촛점을 맞추는데 반해 우씨는 그리스의 조각에서 처럼 인체의 자연스러우면서 완벽한 조형미를 드러내는데 집중한다. 인체의 선을 단순하게 자연광을 이용해 표현하는데 신체와 심상의 조화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는 작가다. 대표작 50여점이 출품된다. 18일까지. (02)544-8481 ◇소녀연기(일민미술관)=오형근씨가 지난 3년간 연기학원 수강생인 여고생 70여명의 모습을 대형 흑백사진 60여점에 담았다. 작가는 '소녀'와 '여성'의 갈등에서 보여지는 여고생들의 정서적인 흔들림을 포착한다. 여고생들이 표현하는 '소녀성(少女性)'은 이들의 것이 아니라 TV나 패션잡지같은 미디아의 욕망이라는 것을 드러낸다. 5월 2일까지. (02)2020-2062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