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경기력 향상의 `산파' 역할을 맡고 있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몰디브전 망신'으로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재 김진국 위원장과 조영증 부위원장, 실바 유소년팀 감독을 포함해 위원 11명 등 총 13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술위는 각급 대표팀 구성과 코칭스태프 인선, 소집 및 훈련, 경기결과 분석 등 대표팀 운영에 관해 모든 지원 업무를 도맡고 있다. 그러나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아시안컵 예선 베트남.오만전연패에 이어 약체 몰디브를 맞아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함으로써 과연 기술위와 코엘류 감독이 비전을 공유하면서 제대로 호흡을 맞추고 있느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표팀 소집 문제를 놓고 코엘류 감독에게 기술위가 일방적으로 끌려다녔고 이는 결국 기술위가 대표팀 운영에 대한 뚜렷한 소신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않다. 실제로 몰디브 원정을 앞두고 기술위에서는 무리하게 해외파를 부르기 보다는 국내파 위주로 팀을 구성해 탄탄한 조직력을 다지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개진했으나`해외파 풀가동'을 고집한 코엘류 감독의 뜻에 밀렸다. 기술위원인 이영무 할렐루야 감독은 "결과적으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해외파를 소집했던 게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 됐다"며 "예전보다는 코엘류 감독과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위원인 김학범 성남 코치도 "코엘류 감독이 대표팀 운영에 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국내파로만 팀을 구성해 집중력을 발휘했으면 이런 결과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부상 중인 차두리(프랑크푸르트)가 현지에 왔다가 그냥 돌아간 사태에 대해 "기술위가 뭐하는 곳인데 대표팀의 집중력을 살려주지 못하느냐"며 "엔트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은 아마추어팀보다도 못한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코엘류 감독이 기술위와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느낌이라면서 이 때문에 코엘류 감독의 역량도 발휘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술위가 위원장, 부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상근 위원으로 이뤄져 책임감을 갖고 대표팀에 총력을 쏟아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두달 전 기술위에 합류한 권오손 전 서울시청 감독은 "위원 대다수가 각자 팀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전적으로 기술위에 매달리지 못하는 면이 있다"며 "작년 오만 쇼크 이후 협회 차원에서 기술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선수들의 정신력과 컨디션 조절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은 기술위가 원정 경기의 여건 등을 면밀히 파악해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음에도 안이한 대처로 일관하지 않았느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