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일은 모두 바보가 되는 만우절(萬愚節)이다. 만우절은 16세기 프랑스 국왕 샤를 9세가 4월1일을 신년으로 삼은 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프랑스인들이 억지 신년일에 왕의 신년잔치를 장난스레 흉내냈던 것이 변형됐다는 것이다. 인도 기원설도 있다. 중세 인도에서는 춘분부터 3월31일까지 불교 설법을 행했는데 마지막 날을 야유절(揶揄節)로 삼아 서로 놀리던 풍습이 만우절로 퍼졌다는 설이다. 해마다 만우절 하루만큼은 거짓말이 용인돼 세계 곳곳에서 해프닝이 벌어진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사망설은 만우절 단골 메뉴다. 거꾸로 MS 영국지사는 '무선인터넷을 갖춘 이동화장실 아이루(iLoo) 개발'이란 장난 보도자료로 세계 유수 언론사들을 골탕먹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영국 해롯백화점이 증시에 상장한다는 만우절 농담을 그대로 받아썼다가 2년간 오보 소송을 벌였다. 일본 도쿄신문은 작년 만우절에 "도쿄만에서 온천개발중 대규모 유전 발견" "우주소년 아톰 로봇 이라크 전후복구 투입" 등 장난기사를 쏟아내 혀를 내두르게 했다. 반면 홍콩 배우 장궈룽의 작년 만우절 사망 소식은 정말 거짓말처럼 들렸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고 싶은 4월의 문턱이다. 대통령의 직무정지는 보름이 지났고 총선은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에는 경제가 그럭저럭 굴러가는지와 만우절에 출발하는 고속철도,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가 주목해야 할 이슈다. 우선 월말ㆍ월초인지라 통계지표가 많다. 2월 산업활동 동향, 국제수지(이상 30일)에다 3월 수출입 실적, 소비자물가(이상 4월1일)가 예정돼 있다. 투자ㆍ소비 부진에다 물가도 불안하지만 오로지 수출 덕에 산업생산과 경상수지는 호조일 것 같다. '안심 총리'라는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은 기업 애로해소 대책회의(4월2일)를 주재한다. 탄핵정국에서 기업인들을 다독거리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불출석을 선언했지만 헌법재판소의 30일 첫 변론도 초미의 관심사다. 찬탄ㆍ반탄 논란이 길거리 시위 대신 헌재로 옮겨지게 됐다. 나라 밖에선 31일 열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 귀가 쏠려 있다. 원유 비수기에 접어들었고 미국이 증산 압력을 넣고 있다지만 고유가 기조가 수그러들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T S 엘리엇은 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망을 뒤섞고/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고 노래했다. 그동안의 국내 정치ㆍ경제ㆍ사회의 진통이 향기로운 라일락을 피우려는 고통의 과정이라 믿고 싶다. <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