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잣대로 사용해온 '부채비율 2백% 기준'이 최근 들어 조금씩 퇴색하는 분위기다. 재정경제부는 이달 들어 부채비율(부채총액/자기자본) 2백% 이상의 제조업체가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에 주로 투자하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에 직접 출자하면 해당 투자액의 이자를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 주기로 한데 이어 앞으로 설립될 창업·분사(分社)펀드 출자 때도 똑같은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투자 범위가 제한적이긴 하지만 차입금이 많은 기업들도 부채비율 2백% 미만 기업과 동등한 위치에서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조세특례제한법 규정은 부채비율이 2백%를 넘는 차입금 과다 법인에 대해서는 다른 법인 주식을 취득할 때 차입금 이자를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재경부 관계자는 "차입금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다른 기업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차별 규정을 운용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부분적으로 예외를 인정키로 했지만 큰 틀이 전면적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정책 분야에서도 부채비율 기준의 절대적인 영향력이 완화될 조짐이다. 정부는 올초 발표한 '산업자본의 금융지배에 따른 부작용 방지 로드맵'에서 금융회사 출자자 자격요건에 포함되는 부채비율 2백% 기준을 일정 기간 뒤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로 인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재경부의 다른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부채비율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기업활동을 제약하기는 어렵다"며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는게 정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경제계는 그동안 "정부가 무리하게 부채비율 기준을 도입하면서 장래성이 큰 기업마저 퇴출시키고 기업 투자를 가로막았다"며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