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경기와 실물경기의 괴리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올들어 수출이 급증하고 고용시장도 개선되는 등 실물경기 지표는 좋아지고 있지만 내수시장에 불어닥친 한파(寒波)는 수그러들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분기 소비자동향 조사'에서 체감경기는 올해 1분기가 작년 4분기보다 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전국 30대 도시 2천5백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는 52를 기록, 지난해 4분기(10∼12월)의 54에 비해 2포인트 낮아졌다.


'생활형편 CSI'도 73으로 전분기(75)에 비해 떨어져 살림살이가 예전에 비해 힘들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CSI가 100을 넘으면 경기나 생활형편이 과거보다 나아졌거나 앞으로 호전될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다.


이처럼 체감경기가 여전히 부진한 데도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실물경기가 지난해 9월 이후 상승 기조로 반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동행 종합지수(순환변동치)는 작년 8월 하락세를 멈춘 뒤 9월부터 5개월 연속 상승했다.


신승우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경기동행지수가 6개월 정도 오르면 경기가 상승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표로만 보면 조만간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얘기다.


청년실업률이 지난 2월 9.1%로 3년 만에 '최악'을 기록할 정도로 취업난이 심각하지만 고용시장은 작년 10월 이후 개선되는 추세가 뚜렷하다.


계절변수를 제거한 계절조정실업률은 작년 10월 3.6%에서 지난 2월 3.3%로 낮아졌고 제조업 취업자도 이 기간 중 3만6천명, 사업ㆍ개인ㆍ공공서비스업 취업자는 3만7천명 늘어났다.


실물지표가 이처럼 뚜렷이 개선되고 있는 데도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오히려 나빠진 것은 4백만명에 육박하는 신용불량자 문제 등 가계부문에서 구조조정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교역조건 악화와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실질 구매력이 개선되지 않아 도소매 판매는 아직 '마이너스'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