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에서 동호대교 쪽으로 향하다 오른쪽 첫번째 길로 들어서면 현대식 빌딩들 사이에 허름해 보이는 3층짜리 붉은 벽돌 건물이 하나 있다. 서울영동교회다. 지난 76년 서울대 손봉호 교수 등을 주축으로 설립된 이 교회의 주일예배 참석자는 성인만 1천여명.서울 강남에서 이 정도 규모면 교회를 좀 더 번듯하게 세울 수도 있겠지만 이 교회는 지난 79년 예배당을 신축했을 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신자들에게 헌금을 강조하지 않을 뿐더러 교회 내부보다는 바깥을 돕는 일에 더 많은 돈을 쓰려고 애써온 탓이다. "처음엔 허허벌판에 교회를 세웠지만 교회 성장을 추구했다면 벌써 중대형 교회가 되었겠지요. 하지만 교회는 이타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정신으로 삼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독교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지요." 지난 99년부터 이 교회를 맡고 있는 정현구 목사(45)는 이렇게 설명한다. 교회를 위한 교회가 아니라 세상을 위한 교회가 되자는 것.교회를 일정 규모 이상으로 키우지 않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이 교회는 신도가 늘자 지난 90년 한영교회,93년 일원동교회,94년 서울남교회,98년 분당샘물교회 등을 세워 분가시켰다. "교회 예산 가운데 건물 관리비와 교역자 사례비 이외에는 교회 내부용 예산을 아예 편성하지 않습니다. 교회 용품은 가급적 싼 것을 쓰는 대신 외부의 지원 요청에 대해서는 최대한 수용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보니 교회는 골동품 수준이지요." 지난해의 경우 20억원 가량의 연간 예산 중 절반 이상이 외부로 지원됐다. 매달 이 교회에 접수되는 외부의 지원 요청은 40∼50건,연초에는 1백건을 넘는다. 장로를 위원장으로 하는 외부지원심사위원회에서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담임목사도 위원으로 참여하지만 평신도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된다. 정 목사는 "교회의 '교'에는 가르칠 교(敎),사귈 교(交),다리 교(橋)의 세 가지 뜻이 있다"며 "이 것이 교회의 본질"이라고 설명한다. 교회는 하나님의 진리를 가르치고,공동체적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며,복음과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신자들에게 헌금을 강조하지 않는 것도 이 교회의 전통이다. 예배시간에는 헌금 바구니도 돌리지 않는다. 대신 "주신 바를 감사하게 여기고 쓸 줄 아는 사람이 되자"고 강조한다. 교회 밖으로 문호도 열려 있다. 이 교회에선 불신자 또는 비신자라는 말 대신 '구도자'라는 용어를 쓴다. 마음이 답답할 때면 누구라도 교회에 와서 평안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정 목사는 "교회에 너무 집착하면 결과적으로 교회를 사랑하지 않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