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들의 주총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일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평온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한 해 경영진의 노고를 치하하는 '잔칫집' 분위기 주총도 상당수다. 이는 실적 호전에 따른 주가 상승과 배당금 증가 덕분이다. 1년 동안 주가는 50% 이상 올랐으며 배당금도 40% 이상 증가했다. 상장·코스닥 기업의 전체 배당금 규모는 사상 최대인 7조5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주주들은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배당금 지급 시기이다. 4월에 가서야 배당금이 계좌에 본격 입금되는 것은 너무 늦지 않느냐는 목소리다. 규정대로라면 기업들은 '정기주총 후 한 달 이내에 지급'하면 된다. 12월 결산법인들의 주총이 3월 중순 이후에 집중돼 있고 주총 후 한 달 이내 배당을 주기 때문에 4월 중순 넘어 배당금을 지급해도 문제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주주들은 "이왕 배당금을 지급할 것이라면 빨리 지급하는 게 주주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금융 이익의 손실을 거론하는 주주들도 있다. 기업들이 한 달 동안 배당금 지급을 미루지 않고 즉각 지급한다면 그만큼의 금융 이익이 주주들에게 돌아간다는 얘기다. 은행 이자를 연 5%로 잡았을 때 한 달 동안 대략 0.4%의 기회 손실이 발생한다. 7조5천억원의 0.4%이면 3백억원에 달한다. 한 달 일찍 배당금을 지급하면 주주들이 3백억원을 더 가져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배당금 지급 시기를 당기는 것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주총을 앞당기는 방법이다. 넥센타이어는 2월13일 주총을 열어 이미 배당금 지급을 마쳤다. 2월27일 주총을 개최한 삼성전자도 오는 26일 배당금을 지급한다. 또 다른 방법은 주총이 끝난 후 미적거리지 않고 배당금을 입금하는 것이다. 한 달 후 지급해 왔던 관행을 기업들이 바꾸면 된다. 기업들이 너도나도 주주 중시 경영을 선언하고 있다. 배당금을 앞당겨 지급하는 작은 배려가 어쩌면 더 시급한 주주 중시 경영 방안일지도 모른다. 박준동 증권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