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내리고 품질은 높아집니다.그 혜택을 고객 여러분께 드립니다." 19일 현대자동차 중국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 이 회사는 베이징 톈안먼점 등 중국 전역의 80여개 대리점에 배포할 플래카드와 포스터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이미 지난주 중국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이 회사는 쏘나타 가격을 다음주부터 5% 인하한다. 쏘나타를 현지 생산한 지 1년3개월여 만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정상 가격을 고수해왔으나 경쟁사들의 가격인하 경쟁이 갈수록 심해져 불가피하게 가격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19만8천위안(1위안=1백45원)이던 쏘나타2.0 수동형은 18만8천위안으로,쏘나타2.7 V6 고급형은 26만5천위안에서 24만9천8백위안으로 각각 내리기로 했다. 중국 자동차시장에서는 둥펑 등 각 업체들이 올들어서만 50여종의 승용차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중국에 설비과잉 조짐이 일면서 자동차 가전 등 주요 내구소비재 업체간 가격인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의 원가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중국 및 현지 진출 외국기업들의 잇단 가격인하에 대응책을 찾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최대 가전유통전문점 궈메이의 베이징 시바허점. 하이얼 최고급 냉장고에는 8천5백88위안에서 8천위안으로 내렸다는 가격표가 붙어있다. 거란쓰는 최근 신형 전자레인지 가격을 40% 이상 인하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도 고민이다.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아직 가격인하전에는 동참하지 않았지만 "일부 가격인하는 불가피할 것 같다"(LG전자 중국지주회사 관계자)는 입장이다. 이미 경쟁사인 일본 업체들은 이달 초 프로젝션TV 등의 가격을 평균 10% 인하해 한국 업체들을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 중국본부 관계자는 "가격인하 전쟁은 중국은 물론 전세계 기업들이 현지 투자를 서두르면서 나타난 설비 과잉이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