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교육부의 학교정상화추진계획이 발표된 지 한달이 지났다. 이후 서울시교육청 등 각 시도교육청별로 후속조치를 내놨고 학교정상화 추진계획의 골자인 보충수업과 수준별 수업, EBS 강의 등을 일선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시행할 지에 대한 세부지침도 공개됐다. 그동안 세부지침이 새학기가 시작된 이후에도 마련되지 않은데다 시행계획의 주요 내용을 결정하게 될 학교운영위원회도 아직 구성되지 않아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혼란을 겪기도 했다. 특히 일부 학교가 보충.자율학습을 학생들에게 강제하거나 0교시 또는 오후 10시이후에도 실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12일 뒤늦게 나마 서울시교육청이 0교시를 엄금하고 수준별 이동수업에대한 구체적인 기준 등을 공개한 이후 일선 학교도 보충,자율학습,특기적성 교육 등방과후 교육활동에 대한 대책 마련에 들어가는 등 분주해 지고 있다. 16일 현재 보충,자율학습을 시작할 학교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시교육청은 서울시내 대부분의 학교가 관련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선 학교나 학부모들의 반응을 볼 때 90% 가까이 보충자율학습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되며 전체 학생의 약 65% 정도는 방과 후 교육활동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충수업의 수강료가 학원의 3분의 1선인 2만~3만5천원선에 결정되는데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교사와 강좌를 선택할 수 있고 학원강사도 영입할 수 있어 일단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강의내용을 공개한 일부 학교의 수업일정을 미리 들여다 보면 강좌 내용도수준별로 상당히 충실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 K고교 3학년의 방과후 수준별 보충학습의 강의 내용을 보면 A,B,C 3종류의 수준별 강좌를 개설하고 각 강좌별로 언어,외국어,수리,사탐,과탐과목을 주요단원별로 2~3명의 교사들이 맡도록 했다. 기초학력을 위한 50분강의와 심화학습을 위한 90분 강의 등으로 나눠 학생들이3강좌에서 1과목씩 최고 3과목까지 선택해 수강할 수 있도록 수업선택권을 크게 높여줬다. 수준별 수업도 일단 영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하되 유형은 정규수업 시간 자체를처음부터 수준별로 나누거나 일정 단원이 끝난 후 성취도에 따라 나누는 방안, 정기시험을 치른 후나 주당 일정시간을 정해 이동수업을 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이같은 방안이 잘 활용되면 입시위주라는 비판을 받고 있기는 하나 일단 사교육비를 억제하는데에는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넘어야할 장애물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학교정상화 추진계획은 교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교사들의 호응이 성공의 관건이지만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일부 교사들이 학교정상화 추진계획 자체를 '학교의 학원화'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소극적인 자세를보이고 있다. 인센티브 등이 있긴 하지만 교사의 업무량이 크게 증가하는데다 학생이 교사를선택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면서 학생들의 선호도에 따른 교사간 불화로 갈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학교 교육정상화 계획이 입시교육 대책 밖에 없다"며 "학교정상화가 입시교육을 시키는 것이라면 받아 들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수준별 수업의 핵심인 학생평가 방식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도 나중에 문제의소지가 될 수 있다. 수업은 수준별로 하고 평가는 똑같은 방법으로 한다면 수준별 수업 자체가 별의미가 없기 때문에 교육당국이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수준별 수업과 보충수업에 불구하고 학원선호 현상이 계속될 수도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고교생 절반이상이 학원을 다니겠다고 답한데다 특히 이같은학원 선호현상은 강남이나 노원 같은 사교육이 이미 뿌리를 내린 지역에서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즉 지역별로 학교정상화 추진계획의 영향력이 차이가 나면서 이것이 자칫 학력차로 이어질 경우 나중에는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 사교육경감대책 마련에 참여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가 이번 기회에 학생과 학부모들을 잡지 못하면 학교정상화는 정말 멀어질 수 있다"며 "교육당국과 교사가 하나로 뭉쳐 일단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여운창 기자 b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