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시장이 커지면서 틈새시장을 겨냥한 기획영화들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한국영화들이 20대 관객을 겨냥해 제작됐던 것과 달리 오는 19일 개봉하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는 40대의 중년층을,26일 선보이는 '아홉살 인생'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국내 영화시장의 저변이 급속하게 확대됨에 따라 특정계층을 겨냥한 작품들도 흥행에 성공할 것이란 판단에서 이들 영화가 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수인 감독의 '고독이…'는 김무생 주현 송재호 선우용녀 박영규 등 중견배우들을 기용해 시골마을의 노인들이 서울에서 온 여인을 두고 펼치는 연애담을 코믹하게 그렸다. 주류 한국영화에서 노인들은 '인자한 할아버지'나 '꼰대' 등의 두가지 모습으로 나타났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성에 이끌리는 어른'으로 등장한다. 특히 출연배우들은 기존 이미지를 뒤집어 작품에 생기를 부여한다. '느끼한' 이미지의 박영규는 순박한 노총각역으로,점잖고 근엄한 이미지의 김무생은 '늙은 악동'으로 각각 나온다. 제작사 마술피리는 주부관객 동원여부를 흥행의 관건으로 보고 이번주부터 분당과 일산 등의 백화점이나 '아줌마'중심의 인터넷사이트와 연계해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다. 윤인호 감독의 '아홉살 인생'은 '고독이…'와는 반대로 어린이들이 주인공이다. 70년대 산골마을을 배경으로 서울에서 전학 온 여자아이를 짝사랑하는 남자꼬마의 비상한 연애작전이 중심소재다. 제작사 황기성사단은 위기철 작가의 원작동화가 1백20만부나 팔렸기 때문에 이 영화에 고정관객층이 두터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두 작품은 어린이나 조연급 배우들을 주역으로 기용함으로써 개런티를 대폭 낮췄고 흥행부담도 그만큼 줄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오기민 마술피리 대표는 "두 작품은 기존 한국영화시장에서 보기 힘든 독특한 컨셉트를 갖고 있다"며 "이런 영화들이 계속 나오면 새로운 관객층이 창출되고 한국영화의 다양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