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이 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신용불량자 대책과 일자리 창출계획 등 민생현안은 오히려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행정수도 이전과 남북경협 확대 등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이 수반돼야 할 정책들은 다소간 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탄력받는 단기대책 신용불량자 대책과 경기활성화를 위한 중소기업 지원 등 단기적인 경기 대책은 오히려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가 행정공백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기존에 제시한 정책집행을 서두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 배드뱅크 설립과 워크아웃, 다중채무자 공동 채권 추심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연말까지 70만명을 구제한다는 내용의 신용불량자 대책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업은행 등으로 하여금 중소기업에 적극적인 대출을 하게 유도함으로써 탄핵 여파로 인해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자금시장 위축에도 대비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단기정책이 그다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용불량자 대책과 경기대책 등은 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신용불량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경기가 선순환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에 자칫 탄핵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경기회복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행정수도 이전 차질없이 추진'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여온 지방화 정책의 핵심과제인 만큼 탄핵 결과에 따라 일정한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정대로라면 정부는 신행정수도의 복수 후보지를 오는 7월께 발표하고 연내 최종 후보지를 확정ㆍ발표할 계획이다. 이춘희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은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이미 제정됐고 다음달 17일부터 공식 발효되는 만큼 정책 추진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반기중 '신국토구상'을 담은 제4차 국토종합계획과 3차 수도권정비계획 수정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행정수도 이전을 포함한 이들 정책은 노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챙겨온 것들이어서 당분간 사업추진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들 정책 추진을 위해 청와대 안에 설치된 위원회들은 그동안 수시로 노 대통령에게 추진과정을 보고하고 방침을 받아 왔다"며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이같은 시스템이 그대로 작동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7월로 예정된 복수 후보지 선정 등은 대통령의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사안인 만큼 일정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 남북경협은 '역풍' 예고 북한은 당초 15일로 예정됐던 3차 남북청산결제 실무협의 개최 장소를 '남쪽의 정국불안'을 이유로 파주에서 개성으로 옮기자고 제안했다. 탄핵 정국이 남북경협에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남북경협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한과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 등 6자회담 상황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순조로운 추진을 장담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6자회담이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북한핵의 평화적 이용 허용범위' 등에 대한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다각적인 외교가 반드시 필요한데 탄핵정국에서 제대로 가동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강황식ㆍ김용준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