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경영권을 둘러싼 SK와 소버린자산운용간 다툼이 당초 박빙승부가 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SK측의 낙승으로 막을 내렸다.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 재계 서열 3위 그룹의 경영권 탈취라는 사상 초유의 시도가 일단 무산됐으나 SK그룹은 여전히 소버린의 사정권 안에 들어가 있어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 SK그룹은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최태원 회장이 대내외에 약속해온 지배구조개선 방안을 본격 추진한다는 구상이지만 동시에 내년 주총을 대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SK-소버린 사태는 경영권이 불안한 기업은 언제든지 외국 투기세력의 사냥감이 될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려준 계기가 됐다. ◆일단 안도하는 SK 당초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대부분 안건에서 SK㈜가 10%포인트 이상의 표차로 소버린측을 따돌린 것.이에 따라 SK는 당분간 외부로부터의 경영권 위협에서 벗어나게 됐다. SK㈜ 관계자는 "새롭게 구성된 이사진을 중심으로 안정된 경영활동을 전개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이 예상하 듯 내년 주총이 더 큰 문제.SK㈜의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지분율이 55%에 육박하는 등 작년 연말(43.5%)보다 12%포인트나 늘었다"며 외국 투기세력의 세집결을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소버린 장기전 나설 듯 소버린은 내년 정기주총을 겨냥한 장기전에 나섰다. 최태원 SK㈜ 회장의 임기가 내년 만료되는 데다 최근 외국인 지분이 55%를 넘어서 이들을 품안으로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소버린은 투명경영위원회 구성과 최고경영자-이사회 의장 분리 등 SK㈜가 제안한 정관개정안도 거부했다. 이는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 등 외국계 기관에서조차 "소버린보다 더욱 개혁적"이라고 평가했으나 소버린은 SK㈜가 제안했다는 이유로 반대,지배구조 개선보다는 이사회 장악이 목표였음을 드러냈다. 참여연대 장하성 교수는 "소버린이 경영권 분쟁을 장기화시켜 이익을 얻으려한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해 소버린이 예상 수익률을 달성할 때까지 공세는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소버린측 관계자는 "이제 다시 시작"이라는 말로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 ◆최 회장 친정체제 강화될 듯 주총 승리를 계기로 SK그룹은 지배구조개선 등 투명경영을 위한 개혁작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또 에너지 화학과 정보통신을 중심으로 경쟁력 있는 산업구조로 그룹을 재편하는 한편,계열사 매각 등을 통한 재무개선 작업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전문경영인 중심의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고 계열사 끼리는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독립기업 네트워크'라는 느슨한 형태의 연합체를 이룰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최태원 회장은 지주회사격인 SK㈜를 통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인사 혁신도 관심거리다. SK그룹은 내주 중 대규모 인사를 단행,서둘러 조직의 안정을 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 체제에 걸맞은 인물들로 꾸미고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외부인사를 대폭 수혈할 것"이라며 "특히 외국인 주주들의 입김이 강해진 만큼 IR부문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일·정태웅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