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질문 전 '모두 발언'을 예정된 것보다 2배 많은 30분가량 했다. 내용에서도 탄핵발의라는 최대의 난국임에도 불구하고 '친인척 수난 사례'까지 하나하나 거론해 "지나치게 각론에 집착한 것 아니냐"는 평을 듣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만 정치자금과 측근 및 친인척 문제와 관련,"죄송하다""부끄럽고 난감하기 짝이 없다""거듭 머리숙여 사과드린다""면목없다"는 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10여 차례 사과했다. 이어 "오늘은 사과를 다르게 하겠다.책임지겠다고 이미 약속한 바와 같이 앞으로도 책임지겠다"며 총선과 재신임 연계 방안을 제시했다. ○…노 대통령은 사과와 함께 구속된 선거 참모 및 측근들에 대한 연민의 정과 강한 신뢰를 함께 표현했다. 대선 총무본부장이었던 이상수 의원에 대해서는 "돈을 많이 만진 분이라 자기 모르게 돈이 빌 수도 있고 그게 자연스러운데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해 줬다"며 "이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희정씨 등 측근들의 비리에 대해서는 "용서하기 어려운 마음이며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하면서도 "10년,15년 함께 해온 측근들로,아직도 그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선거법상 중립의무 위반 논란과 관련,노 대통령은 "공무원 한명에게도 선거와 관련해 눈치를 준 적이 없다"면서도 "대통령은 정치적 의사를 때론 표명해야 한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지난 9일 9시 뉴스에서 일제히 대통령에 대한 선관위 경고가 보도됐을 때 그날 유선방송 드라마인 '웨스트 윙'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 47번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의 지원유세 현장에 가서 다음 연사로 소개받는 것으로 막이 내렸다"고 외국 사례를 거론했다. 웨스트 윙은 노 대통령이 즐겨보는 미국의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의 생활을 담은 드라마다. ○…검찰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제가 추측하고 확인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자금 규모는 거의 밝혀진 것 같다"며 "검찰의 능력에 대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보기에 따라서는 소름이 끼친다고 할 만큼 검찰은 유능했고 때로는 너무 힘들고 너무 한다 싶을 때도 있었으나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검찰이 믿음직스럽다"고 칭찬했다. 검찰독립에 대해서는 뒤늦게 후회스럽기도 했었다고 언급했다. 노 대통령은 "학벌사회 연고사회에,일류학교 나온 사람들 사이에서 잘 짜여진 우리 사회 각계의 판에 제가 돛단배 하나 떠 있듯 떠있다"고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