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정보기술)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설립한 해외IT지원센터(i파크) 1호인 미국 실리콘밸리 i파크에 봄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i파크는 설립 후 4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나 최근 들어 현지 진출 기업의 수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 같은 변화를 이끌고 있는 실리콘밸리 i파크의 이종훈 소장은 "실리콘밸리의 한국 벤처들은 그동안 실패할 이유만을 골고루 갖추고 있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소장은 "한국 벤처기업들은 제품의 질 하나만 믿고 정확한 타깃 설정이나 시장 분석 없이 무작정 뛰어들었기 때문에 실패했다"며 우리 기업들이 경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주먹구구식으로 덤비는 일이 없도록 조언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HP 등 미국 현지 기업에서 20여년간 일한 베테랑인 그가 지난해 7월 실리콘밸리 i파크 소장에 오른 뒤 맡은 첫 과제는 한국 벤처의 실패 원인과 대책을 매뉴얼화하는 작업이었다. 한국 벤처들이 실리콘밸리에서의 주요 경쟁상대가 미국 회사가 아닌 대만 등 중국계 기업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도 이 과정에서 알게 됐다. 이 소장은 "중국계 업체는 미국에서 교육받고 일한 인력이 창업해 현지 사정에 밝고 인적 네트워크나 전략이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 벤처들은 현지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도 없이 미국 땅에 건너와 2∼3년간 고생하다가 좌절하기 일쑤였다. 이 소장은 이 같은 시행착오가 거듭되지 않도록 27개 i파크 입주업체들에 새로운 로드맵을 다시 짜도록 유도했다. 이 소장은 "올해 안에 연간 매출 1천만달러를 넘어서는 우량 업체를 3∼4개 배출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새너제이=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