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예술종합학교 초대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이 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이강숙씨(68)가 문학에도 관심이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이 교수는 이미 지난 2001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빈 병 교향곡'을 발표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이어 단편 '세 개의 눈' '쇼팽의 넋' '내 친구 정현이',중편 '즉흥연주를 하는 사람들'을 잇따라 내놓으며 종합학교 총장에서 퇴임한 2002년 이후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피아니스트의 탄생'(현대문학)은 이 교수가 작가로서 처음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이번 작품은 음악교육가로 일선에서 뛰었던 저자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한 '음악소설'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방도시의 소시민층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현민영이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다. 저자는 "지금까지 음악관련 서적과 피아노를 잘 배우는 방법을 논문 형식으로 여러번 소개했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다"며 "주변에서 보통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로 그 방법을 풀어달라는 요청이 많아 쓰게 됐다"고 집필동기를 밝혔다. 주인공이 여러 명의 지도 교사를 거치며 연주실력을 다듬는 과정이라든지 콩쿠르에서 낙방한 뒤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그를 지도하는 피아니스트들 사이의 보이지 않은 자존심 대결 등 음악계의 이면 풍경이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특히 우리의 예술환경이 권력화됨으로써 진정한 음악교육가들이 소외되고 배제되는 안타까운 풍토를 이 교수는 예리하게 지적했다. 주인공의 정신적 스승인 강주섭의 입을 빌려 "서양음악만 뒤쫓을 것이 아니라 서양 사람들에게 우리 음악을 알려 한국을 '음악의 본고장'으로 만들라"고 강조한 대목에선 저자의 우리음악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