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2차례에 걸친 금융 구조조정의 결과, 지난 2002년 금융권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는 등 외형적인 성과를 거뒀지만비은행권 구조조정 및 금융형태 변화의 미진 등으로 인해 금융불안 요인이 여전히남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융연구원 정해왕 원장은 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2층 국제회의실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공학연구센터 주최로 열린 '21세기 금융비전 포럼'에서 '금융부문의 경쟁력 평가와 발전과제'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실질 연체율이 43.4%에 달하는 신용카드사와 높은 수준의 중소기업 대출이 향후 금융시장의 안전성을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금융 불안정의 근본은 미완의 금융구조 조정과 과거 금융관행의 지속에서 찾을 수 있다"며 "비은행 부문의 추가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금융관행도 실질적인 운영면에서 형태 변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금융경쟁력은 개선 추세에 있지만 아직도 취약하다"고 진단한 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과 세계경제포럼(WEF)의 평가자료를 인용, "우리나라 금융은 주식 발행액 및 거래 규모, 공개기업 수, 이자율 스프레드, 기관투자자금융자산 규모 등 양적인 측면에서는 상대적인 우위을 보이고 있지만 기업의 재무건전성 및 주주책임, 국내외 자본시장 접근 규제, 금융규제의 적정성, 금융기관 투명성 및 서비스 다양성 등 질적 측면에서는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금융 안전성이 전제되지 않은 금융 경쟁력은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고 금융 경쟁력이 취약한 금융 안정성 유지는 금융 발전의 운동력을 상실한 엔진에불과하다"면서 "금융 안전성 바탕 위에 금융 경쟁력을 향상시켜야 장기적인 금융 발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