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1일로 취임1개월을 맞는다. 9일 재경부와 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이 부총리는 한 달 동안 정책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금융시장 등 경제주체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심어주는 등 일단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 같은 우호적인 평가에는 외환 위기 직후의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특단의 대책으로 금융시장을 살린 경력과 `20년 외유'를 통해 터득한 시장 감각을 살려 어려운경제를 잘 이끌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취임 후 얼마 되지도 않아서 `이대로 가면 5% 성장도 어렵다'거나 `향후 5년간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등의 성급한 발표는 행동보다 말이 앞선 것으로 `이헌재 標'의 공허한 측면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있다. 아울러 LG카드 사장과 우리금융 회장 인사에서 나타났듯이 이 부총리가 자기 사람 챙기기에 너무 노골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며 `이헌재 사단'이라는 전근대적인 용어도 사라져야 한다는 게 관가 안팎의 중론이다. ◆시장 안정감 고취 가장 큰 성과 시장 관계자들은 이 부총리 취임 후 가시적인 정책들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불안감이 많이 가셨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은 이 부총리가 20여년의 외유를 통해 시장 감각을 익힌 데다 외환 위기 시절 금감위원장을 지냈고 2000년 재경부 장관도 역임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경제를 잘알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는 분위기다. 삼성경제연구소 홍순영 상무는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보이는 것은없지만 신용카드 문제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경제관이 있는 것 같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홍 상무는 "지지부진하다는 느낌은 없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박사는 "전반적으로 경제정책에 중량감과 믿음이 있다"고 논평하고 "신용불량자 대책은 이제 나오고 있으니까 평가하기는 곤란하지만 신뢰가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증권계 관계자는 "신용불량자와 카드 등으로 어수선했던 금융시장이 체계를 잡아가는 모양새"라고 진단하고 "시장은 정책과 전략도 중요하지만 심리가 더 중요한데 그런 측면에서 서광이 비춰진다는 기대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의 평가는 한마디로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자 고질병인 금융시장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와서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찾았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행동보다 말이 앞선다'..`이헌재 사단'도 없어져야 일각에서는 이 부총리가 취임 한 달밖에 안됐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점으로 지적할 만한 사항은 없다면서도 성장률과 기업 활동 활성화 등 너무 많은 구상을 내놓아기대감을 잔뜩 부풀린 측면도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매주 한 차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금융, 기업, 일자리 등 다양한 부분의정책 방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으나 일부 정책은 실천 가능성 여부의 충분한 사전 검토가 있었는 지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현재는 외환 위기 시절처럼 사회적으로 절박하게 개혁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전제하고 "이 부총리가 과거와 비슷한 상황 인식을 가지고일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신용불량자 문제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으며경제주체들의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데 너무 자신감이 넘쳐 성급한 느낌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익명을 요구한 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향후 5년간 일자리 200만개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잠재성장률 이상 성장하면 연간 3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전제 하에 나왔으나 앞으로 그만큼의 성장률을 이루기도 힘들고 성장하더라도 일자리가 예전만큼 만들어진다는 보장이 없다"고 통박하고 "일자리 계획은 공허한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는 또 인사와 관련해서 "LG카드 박해춘 사장과 우리금융지주의 황영기 회장후보 등 `이헌재 사단'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와 `평소에 좋게 보던 아는사람들끼의 인사 잔치'가 되고 있는 분위기"라고 힐난하고 "좋은 사람 뽑는 것은 괜챦지만 `이헌재 사단'이라는 말이 덜 나오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신용불량자.가계대출.금융 구조조정 주요 과제 정부 안팎에서는 어려운 우리 경제가 다시 살아나려면 내수 부진의 원인인 신용불량자와 가계 대출, 금융 구조조정 등을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용불량자와 가계 대출은 경제계에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인 데다 내수 침체의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어 시급한 과제이며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 등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매각은 금융시장을 선진화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순영 상무는 "내수 부진 상태가 심각한 만큼 포커스를 내수 살리기에 맞춰야한다"고 말하고 "내수 부진의 원인인 신용불량자와 가계 부채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든 과감한 액션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경기는 침체 상태이고 물가는 오르고 있어 잠재성장률을밑돌 경우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가계 대출과 신용카드연체율을 낮추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신 및 증권 구조조정과 정부 지분 보유 은행들의 매각을 통한 공적자금 회수도 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금융은 구조조정이 많이 돼야할 부분이어서 종전과 달리 종합적으로 새롭게 판을 짜야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대호기자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