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의 세계 시장 규모는 6조원 이상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5분의 1이 일반 소비자 구매시장(open market)이다. 한국의 셋톱박스 제조업체들은 이 소비자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5분의 4에 상당하는 시장을 차지하는 방송국 구매 시장(close market)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아주 미미하다. 부가가치가 높고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이 방송국 구매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는 것이 한국 셋톱박스 업체들의 경영 목표다. 디지탈멀티텍(대표 이희기)은 '꿈의 시장'인 방송국 구매 시장에 도전하는 벤처기업이다. 이 회사는 대용량 하드 디스크에 동시 녹화 및 재생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지닌 PVR(personal video recorder) 겸용 셋톱박스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여기에 방송국 구매시장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기술인 CAS(수신자제한시스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이 완벽해야만 방송국들이 셋톱박스를 통한 유료 프로그램 '해킹'을 방지할 수 있다. 여기에 구미 지역에 파고들어갈 수 있는 영업력까지 갖추고 있다. 디지탈멀티텍이 개발한 PVR기술은 차세대 디지털 셋톱박스에서 중요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디지털위성방송수신용 셋톱박스뿐만이 아니라 디지털케이블방송수신용 셋톱박스 및 디지털TV 등에도 바로 적용될 수 있다. PVR 겸용 셋톱박스 시장은 선진국 셋톱박스 시장에서도 아직 초기 단계다. 향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품목이다. 이희기 대표는 "지난 2000년부터 고부가 제품인 PVR 겸용 셋톱박스를 주력 상품으로 선택했다"며 "앞으로 단순 모델이 아닌 이 신제품이 디지털방송시대에 부각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탈멀티텍은 1999년 4월 설립된 후 디지털방송ㆍ통신용 셋톱박스를 개발해 주로 유럽과 중동 같은 해외 시장에 대부분 수출해왔다. 2001년엔 매출액이 61억원이었으나 2002년에는 4배가 넘는 2백5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4백7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성장 가도를 달려왔다. 이 회사의 올해 매출액 목표는 1천억원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시판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게 이 회사의 전략이다. 이와 관련,디지탈멀티텍은 유럽 방송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이른바 'close market' 계약 실적도 있다. 이 벤처기업은 지역적으로 유럽과 중동지역에 치우쳤던 매출 구조를 미주 시장 및 북아프리카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CAS 기술의 양대 메이저를 형성하고 있는 NDS(회사명) 인증을 획득했다. 동시에 NDS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미주 시장 진출을 추진할 방침이다. 또한 아프리카권 시장 중심권인 알제리에 지사를 설립해 북아프리카 시장에서도 매출을 늘릴 예정이다. (02)3497-4901 양홍모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