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물리학의 혁명이 거대한 폭포라면 머리 겔만(75)의 존재는 폭포수를 가로지르는 무지개에 비견될 수 있다. 물질의 최소단위와 거대한 우주의 비밀을 가장 기묘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해낸 물리학자. '스트레인지 뷰티(Strange Beauty)'(조지 존슨 지음, 고중숙 옮김, 승산, 2만원)는 살아있는 최고의 물리학자 머리 겔만의 삶과 업적을 다룬 전기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겔만은 15세에 예일대 입학, 21세에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학위 취득, 25세에 캘리포니아공대 정교수 임용, 40세에 노벨상 수상 등 '최연소' '천재'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그는 물질의 최소 기본 입자인 '쿼크(Quarkㆍ소립자보다 더 미세한 입자)'의 존재를 처음 밝힌 주인공. 우주선이 지구의 대기와 충돌할 때 만들어지는 '기묘한 입자'에서 힌트를 얻어 '아원자입자(subatomic particle)' 주기율표와 '쿼크'라는 새로운 개념을 내놓은 것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도구는 연필과 종이와 쓰레기통이었다. 가장 단순한 도구로 '기묘하게 아름다운 수학적 대칭성'의 명작을 완성시킨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는 어릴 때부터 너무 조숙한 나머지 '잃어버린 소년' 시절을 보냈고 언어와 예술,고고학과 동ㆍ식물에 관한 관심이 남달랐다. 아버지의 엄한 교육 때문에 '글쓰기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이같은 '결핍'이 그를 키운 원동력 중 하나였다. 이 때문인지 그는 괴퍅한 성격으로도 유명했다. 일생의 라이벌이었던 리처드 파인만과의 애증은 상처와 옹이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둘은 서로의 진가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저자는 뉴욕타임스의 과학 저널리스트. 그는 이 전기를 쓰기 위해 뉴욕에서 겔만이 사는 산타페로 이사를 하기까지 했다. 까다롭고 변덕스러운 겔만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배려하고 엄격하게 자료를 조사했다. 이 책은 기묘하기 짝이 없는 한 천재의 파란만장한 일생과 20세기 물리학의 대하 드라마를 동시에 찍어낸 필름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