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가 올해 임단협의 핵심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경쟁적으로 올해 노사 임단협 지침에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핵심 쟁점으로 부각시키고 있고 회사(경영)측은 정규직 노조의 고임금에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까지 떠맡을 경우 경영 압박을 견디기 힘들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비정규직의 분신사태에다 선거철을 맞아 민노당 등 비정규직 우호세력들이 투쟁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반면 정규직 근로자들은 비정규직들이 목소리를 높이는데 대해 비판적이어서 노-노 분쟁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 임단협 쟁점화 =한국노총은 3일 비정규직 노동자 임금을 정규직 임금의 85% 이상이 되도록 하는 단협 지침을 산하 조직에 시달했다. 단협 지침에는 출산 육아 질병 부상 등 일시적 결원이 생긴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고용하되 이것도 노조와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 들어 있다. 상시 근무직에 비정규직을 고용한 사업장의 경우 임단협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하는 상시 비정규직은 정규직 단협을 적용하도록 산하 사업장에 지시했다. 파견 노동자가 1년 이상 일했을 경우에도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하도록 권고했다. 민주노총은 각 사업장에 원청 및 하청업체의 연동 임금 인상을 핵심으로 하는 임단협 지침을 내려보냈다. 또 이달 말까지 가칭 '비정규직 연대회의'를 구성, 정규직 노조의 임금에서 일정 부분을 떼어내 비정규직을 위한 기금을 조성키로 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올해 임단협은 비정규직과 최대한 연대해 투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단일 노조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노조 지도부가 사내 비정규직 노조를 정규직 노조에 가입시킬 방침이어서 민노총의 비정규직 투쟁노선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다. ◆ 노-노 갈등 증폭 =최우량 노동현장의 하나로 꼽혀온 현대중공업이 비정규직의 분신자살 사건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으면서 울산의 대형 사업장들은 노-노분쟁 불씨가 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과 비정규직분신대책위는 연일 '비정규직 차별철폐 노동자대회'를 여는 등 현대중공업 경영진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중공업 정규직 노조가 미온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정규직 노조는 "일부 노동계가 분신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다면서 계속 압박할 경우 상부단체인 민노총과의 관계도 재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노-노간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생산현장의 정규직 근로자들은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간접적으로 정규직의 처우 손실'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부정적이다. 현대차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조가 지난달 20일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가입을 위한 규약변경 추진안'을 결의했지만 비정규직 노조는 결의내용이 형식적이고 구체적인 실천 스케줄이 없다며 정규직들을 비난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갈등이 커질수록 회사측 손실도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에 이어 현대차에서도 이미 비정규직 노조의 집단시위가 빈발하면서 공장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효수 한국노동경제학회장(영남대 상경대학 교수)은 "기업은 고용 유연성 측면에서 비정규직을 늘리는 방식을 억제하고 정규직 노조는 생산력 향상과 임금피크제 도입 등으로 '노사 윈윈'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