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기획예산처 장관은 3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앞으로의 재정운용 방향을 고비용ㆍ저효율 구조를 털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맞추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이 '최근 경제동향과 재정운용 방향'을 주제로 기조 발표한 뒤 학계ㆍ금융계ㆍ기업 등의 전문가들과 가진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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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웅서 세종대 세계경영대학원 부원장 =정부의 예산편성 계획은 국민들에게 상세히 설명되지만 실제 예산집행 결과가 어떻게 됐다는 평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많다.


<> 김 장관 =예산편성 및 평가시스템 전체를 획기적으로 바꾸려고 한다.

올해부터 장기적인 국가발전 전략에 따라 예산이 편성되는 사전 재원배분(top-down)제가 도입되며, 재정사업을 계량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다시 재정운용에 반영하기 위한 성과관리제도가 확대된다.


<> 송대희 한국조세연구원장 =성과관리를 위해서는 성과지표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성과지표를 잘못 만들면 실제로는 국가경제적으로 실익이 없지만 지표로만 좋게 나오는 사업에 계속 예산을 쏟아부어야 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 김 장관 =시작 단계에서부터 계량화하기 어려운 부문을 무리하게 계량화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상수원 관리나 수질 개선사업 예산 등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한 부분부터 접근해나갈 계획이다.


<> 허노중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균형예산 목표에 지나치게 얽매일게 아니라 적자 예산을 대폭 확대해서라도 경기 진작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 김 장관 =경기 순환 사이클의 불경기 상황에서는 세금이 덜 걷히게 마련이며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


<> 문정숙 숙명여대 교수(소비자경제학과) =정부는 최근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공기업들에 고용 확대를 독려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경영효율을 꾀하라고 요구하면서 다른 쪽에서 인력채용을 사실상 강권하는 것은 모순 아닌가.


<> 김 장관 =공기업의 비효율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난 정부는 비효율을 제거하는데 주력했고 숫자상으로 15% 정도 제거된 것으로 파악된다.

지금은 비효율 제거를 계속하면서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일손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지금 우리 경제의 문제는 경기순환 사이클의 불황이 아니라 고비용ㆍ저효율 구조에 있다.


<> 김 장관 =앞으로 재정운용 방향의 한 축을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데 두겠다.

예컨대 복지 지출의 경우 일하는 사람을 위한 복지를 늘려갈 방침이다.

보육비 예산을 늘리고 출산ㆍ육아 휴직수당 인상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

예산을 통한 산업단지 진입도로 건설비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 박상용 한국증권연구원장 =지난해부터 재정의 경기대응 기능이 강조되면서 예산 조기 집행이 추진돼 왔다.

일률적인 조기 집행은 부작용도 있지 않겠는가.


<> 김 장관 =계획이 세워지면 시차없이 집행되도록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하는 분들이 정부에 기술자금 융자를 신청했다가 연말에 가서야 자금을 배정받는게 다반사였다.


<>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될 예정인 과학기술부에 과학기술분야 연구개발(R&D)예산 편성권을 줄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 김 장관 =부처별 예산편성의 자율성을 높이는 사전 재원배분제도까지 도입키로 한 상황이다.

최근 오명 과기부 장관과 점심을 같이 하면서 내년 R&D 예산부터 과기부가 편성해서 예산처로 넘겨달라고 했다.

가급적 (과기부가 넘긴 예산편성안을 예산처가) 손대지 않기를 기대한다.


<> 어윤대 고려대 총장 =한국의 교육예산 규모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준보다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대학교육 예산은 절반수준도 안 된다.


<> 김 장관 =중앙 정부의 부담은 많은데 지자체는 거의 부담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이 이원화돼 있는 탓에 서울시장만 하더라도 지하철사업은 자기 사업으로 인식하지만 교육사업은 그렇지 않다.

고등교육 예산을 늘리기 위해 교육부 예산뿐 아니라 과기부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의 예산도 대학으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


정리=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