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난에 모래 파동까지 겹치면서 전국 건설현장이 건자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공사 중단 사태도 우려되고 있다. 값이 두세배 치솟은 데다 사재기까지 기승을 부려 웃돈을 주고도 건자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정부의 인천 앞바다 해사채취 재개 결정에도 불구하고 실제 채취는 각종 행정절차 등이 남아 있어 한 달 뒤에나 가능해 모래 파동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건자재난을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공사현장의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 현장 1 서울 양천구 목3동 L아파트 건설현장. 1천여가구를 짓는 대규모 공사현장인 이곳은 요즘 철근난에 모래 파동까지 겹쳐 초비상 사태에 돌입했다. 골조공사가 절반 정도 끝난 이곳 현장의 오모 과장은 "철근으로 굉장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최근 모래 파동까지 발생해 앞으로 공사진행 상황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털어놓았다. t당 38만원 하던 철근값은 61만원으로 치솟았다. 모래값도 덤프트럭당 13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랐지만 그나마 구하기가 힘들다. 오 과장은 "일주일에 평균 6일 정도 현장이 돌아가야 하는데 요즘은 자재난 때문에 4.5일로 줄었다"며 "우리 같은 대형 업체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다세대주택을 짓는 중소형업체들은 공사를 중단한 곳이 많다"고 전했다. # 현장 2 광주시 광산구 신월동 885의 1 첨단 고등학교 신축공사장. 3천3백평 규모의 교사를 건립 중인 이곳은 지난 1월 착공했으나 터파기공사가 끝난 뒤 최근 공사 속도가 뚝 떨어지고 있다. 철근과 함께 알루미늄, 전선 등 각종 자재값이 치솟은 데다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기 때문이다. 시공을 맡은 희망종합건설의 백형규 현장소장은 "전선을 공급해온 업체에서 더 이상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통보해오는 등 건자재 공급사들의 물량 수주 거부 통보가 최근 속속 도착하고 있고 발주처인 광주시교육청에서도 공사 중지를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기 연장에 따른 업체의 인건비 등 관리비 부담과 함께 내년 3월 개교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 현장 3 광주 첨단지구 내 3천5백평 규모의 푸드타운을 신축 중인 원미종합건설 현장사무소는 요즘 침통한 분위기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이래 값이 치솟는 건자재를 사대느라 당초 공사대금보다 10% 가까이 초과 지출했다. 이런 추세라면 오는 7월 완공 때까지 건축비가 최소 30% 이상 더 들어갈 전망이다. 현장 관계자는 "공사대금 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부 공사현장과 달리 건자재 인상분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처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상가건물을 신축 중인 상록종합건설의 나성재 현장소장은 "오는 5월께에는 PVC, 보온재 등 설비부문 자재까지 오를 전망이어서 중소업체의 채산성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요즘은 아예 공사 수주를 안하는게 돈버는 길"이라고 말했다. # 현장 4 대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성구 황금동 캐슬골드파크 아파트 건설 현장은 주차장 공사를 위해 터파기가 한창이다. 곳곳에 주차장을 만들기 위한 대형 구조물들이 형체를 드러내고 있고 레미콘 차량과 건설인부들이 뒤섞여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현장 사무실에는 비상이 걸려 있다. 확보해둔 철근을 다 사용하고 나면 현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곳 현장에서 자재를 담당하는 이진훈 과장은 "본격적으로 철근이 소요되는 시점인데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다"며 "지난해 초 t당 40만원에서 지금은 현금으로 53만원은 줘야 간신히 물건을 구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어음을 주면 63만원으로 뛰어오른다. 대구=신경원ㆍ광주=최성국ㆍ정인설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