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간을 이식해준 덕분에 10년의 투병생활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제2의 삶을 얻은 거나 마찬가지인 만큼 앞으로 욕심 다 버리고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힘쓰고 싶습니다." 1983년 정기 건강검진에서 C형 간염 판정을 받았으나 마땅한 치료방법을 찾지 못해 기약없는 투병생활을 했던 이문섭씨(46·군무원)가 최근 둘째딸 아름양(17·경기 시흥 정왕고1)의 간을 이식받는 수술에 성공,지난 1일 거의 완쾌된 상태로 병원을 나섰다. 이씨가 간질환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간염이 간경화로 진행돼 다른 사람의 간을 이식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적격자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자녀들 중에는 아름양만이 혈액형이 같아 이식이 가능했지만 당시 나이가 겨우 여섯살이었다. 장기이식 제한연령이 16세여서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이씨는 온몸이 퉁퉁 붓고 피부색이 검게 변했으며 눈에는 황달기가 도는 등 갈수록 병세가 악화됐다. 간을 이식해 주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정밀검사 결과 간염 보균자 등으로 판명나 포기하는 동안 10년이 흘렀다. 작년 12월. 아름양은 아버지가 병마와 싸워 이기는 길은 자신의 도움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만 16세를 넘기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가 장기이식 수술을 자원했다. 이씨는 지난달 4일 장기이식 수술을 받은 뒤 병세가 급속히 호전돼 1일 10년만에 처음으로 병상을 박차고 일어설 수 있게 됐다. 아름양은 "큰 수술인 데도 이상하게 전혀 무섭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살려야겠다는 일념밖에 없었기 때문에 고통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수술이 성공하기만 기도했다"며 담담하게 말했다. 장욱진 기자 sorina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