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을 떠난 유람선이 남쪽 바다로 달린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비경이 배 양쪽으로 흩날린다. 내부지도와 외부지도 사이를 비집고 한 시간 만에 도착한 곳은 연화도. 선착장에 내리자 지난 여름 태풍 '매미'의 횡포에 철저히도 망가졌던 횟집들이 객을 맞는다. 한때 이곳은 많게는 하루 3천여명의 관광객이 드나들던 곳이었단다. 그러나 매미의 상처는 컸다. 모든 시설이 망가졌고 관광객은 급격히 줄었다. 이제서야 겨우 복구를 마쳤지만 아직도 관광객은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단다. 그래서인지 섬은 한가하다. 한때 사람들이 그다지도 빈번히 드나들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여의도보다 조금 넓은 1백10만평의 섬에 2백명만이 산다니 그럴만도 하다. 산비탈을 하염없이 노니는 흑염소는 그 한가함의 상징이다. 주인이 대처로 떠난 작은 집은 염소들의 축사로 변했다. 정상에 탑을 쌓던 한 청년은 무료함을 달래려는 듯 말을 걸어온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몇 마디 말을 나눠보니 작은 섬에도 사연은 많다. 용이 대양을 향해 헤엄쳐나가는 듯한 형상의 용머리.그곳엔 노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서려있다. 벼랑 위 움막에 홀로 기거하며 할머니가 잠드신 곳을 지키는 할아버지의 순애보는 듣는 이의 가슴속에서 뭉클한 무언가를 움직이게 한다. 통영에서 24km 해상에 위치한 연화도는 '불성의 섬'이다. 하늘에서 보면 섬 전체가 연꽃을 펼쳐놓은 듯한 모습의 섬에는 불교에 얽힌 전설이 깃들어있다. 연화도는 조선 연산군의 억불정책을 피해 수도정진하던 고승 연화도인이 정착했던 섬이다. 연화도인은 이승을 떠나며 자신의 시신을 바다에 띄워달라고 유언했고 시신은 남해 한가운데서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났단다. 그렇게 태어난 곳이 연화도다. 연꽃 모양의 섬 한가운데는 연화사가 자리잡고 있다. 98년 건설된 연화사는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하고 있다. 남쪽 벼랑 위에는 최근 완공된 5층짜리 해수관음전과 해수관음상이 묵묵히 바다를 지키고 있다. 연화도 관광의 또 다른 볼거리는 섬 주위를 배로 돌며 만나는 기암괴석들.남녀가 얼싸안고 입맞추는 사랑바위,바위 하나하나가 부처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천불상,금방이라도 바다로 뛰어들 것 같은 거북바위 등 갖가지 모양을 찾아내는 재미가 있다. 통영=글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 -------------------------------------------------------------- [ 여행수첩 ] 통영의 옛 이름은 충무다. 그래서 통영의 가장 유명한 먹거리는 옛 이름을 그대로 지닌 충무김밥이다. 김에 싼 맨 밥을 오징어무침과 무김치 반찬을 곁들여 먹는데 아삭아삭 무를 씹는 맛이 김밥의 담백함과 제대로 어울린다. 연화도는 충무유람선 선착장에서 배를 타면 왕복 3시간 정도에 다녀올 수 있다. 유람선은 섬에 1시간 정도 정박한다. 어른 걸음으로 연화사까지 10분,정상까지 다시 1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1시간이면 섬을 돌아보는데 충분하다. 요금은 어른 1만6천5백원. 정기 여객선은 하루 2번 운항한다. 여객선 터미널에서는 오전 6시50분 출발한다. 7천2백원,삼덕항에서는 정오에 출항한다. 5천원.통영군청 문화관광과 (055)645-0101.